21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여성(전업주부)은 708만5000만명으로 1년 새 5만8000명(0.8%) 줄었다.
지난해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1만8000명(0.2%) 늘었는데도 전업주부는 감소한 것이다.
전업주부는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00년 638만명에서 2013년 730만명으로 1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91만4000명이 늘었다. 2000년대부터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점차 증가했으나 인구 증가, 고령화 등 인구구조 영향으로 전업주부 수도 계속해서 늘었다.
이런 흐름이 끊긴 것은 2014년부터다. 2014년 전업주부는 전년보다 15만5000만명(2.1%) 줄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었다. 2년 연속 줄어든 전업주부는 올해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2월 조사에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만3000명(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고학력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20∼30대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남편 혼자 홑벌이를 해선 생활하기가 어려워지자 직장을 구하는 여성이 늘었고, 정부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시장의 핵심 연령층이라고 볼 수 있는 25∼54세의 경우 기혼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1990년대 초에는 50%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5년에는 59.6%까지 증가했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시간제 일자리, 보육비 지원 정책과 육아휴직 활용 장려 등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며 "결혼 연령이 점차 늦어지는 현상, 출산 기피 현상이 겹쳐 전업주부 수는 앞으로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던 전업주부들도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면서 여성 고용률(15∼64세 기준)은 2012년 53.5%에서 지난해 55.7%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고용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인 58.0%(2014년)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여성 고용률을 61.9%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2년간 여성 고용률을 6.2%포인트나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고용률이 쉽사리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로는 육아·가사 부담이 여성에 집중된 사회구조적 특성과 함께 경력단절 지속 문제 등이 꼽힌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30대 기혼여성 10명 중 4명은 경력단절 여성인 것으로 통계청의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 나타났다.
지난해 육아 휴직자는 8만7339명으로 전년보다 13.7% 증가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육아 휴직 사용은 저조했다.
정부는 다음 달 청년과 함께 여성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여성 고용대책에는 대체 인력 지원 기간을 확대해 육아휴직 사용 여건을 개선하고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이 담길 전망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여성고용 우수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다니던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시간 선택제 일자리 발굴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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