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팝스타 마돈나의 원뿔형 브라, 영화 '제5원소' 미래 의상 등 기발한 콘셉트로 세계 패션계를 선도해온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64)가 한국을 찾았다.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는 '장 폴 고티에전(展)’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고티에는 지난 25일 간담회를 열고 "남을 모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현대카드(대표 정태영)와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이근)이 공동 주최했다. 아시아 최초의 전시이자 세계 투어의 마지막 전시이기도 하다.
'패션계의 악동'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고티에는 1976년 기성복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존의 틀을 변형·위반·재해석하는 것을 즐겼고 그에 걸맞은 독특한 의상을 세상에 내놓곤 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을까. 생각 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를 처음 패션에 눈뜨게 한 사람은 미용사였던 할머니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은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곰인형을 사주지 않았지만 ‘나나’라는 테디베어를 어렵게 구해 웨딩드레스나 원뿔 모양의 브래지어를 만들어 입혀보며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할머니 옷장에서 처음 만져봤던 코르셋, 스타킹의 아름다운 곡선 등은 영감의 원천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10대 시절 봤던 '빨발라(스커트 끝의 주름)'라는 영화를 통해 오트꾸튀르(고급 여성복)에 대한 열망을 품었다. "인지도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첫 콜렉션에서 배우 니콜키드먼 등이 내 작품을 구입해줬다." 그가 오트꾸튀르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였다.
전시장에는 표정이 움직이며 말을 하는 3D 프로젝션 마네킹, 콘서트 영상, 비디오 클립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선보인다. 고티에는 "단순한 의상 전시회가 아니라 한편의 콘서트나 문화적인 공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다"며 "한국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5년에 걸쳐 진행된 전시를 잘 마치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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