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으로 이용될 때는 과학, 의학, 에너지원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칫 악용될 경우 인류를 멸절시킬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이 양면성이 지금 이 시간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6일 제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단행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가운데 위협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북한이 원자력의 하이드씨를 대표하고 있다.
즉 북한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으로 제조한 핵폭탄을 내세워 한국의 안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안정,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40여년 만에 개정된 신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그 같은 측면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원자력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사용 후 핵연료의 관리,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물질과 시설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핵안보, 나아가 원전의 해외수출을 통한 경제성 증진 등 모든 분야에 있어 한미 간에 “선진적이고 호혜적인”협력증진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고위급 위원회는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야 할까?
기본원칙으로서 포괄성과 구체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려야 한다. 이번 회의가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첫 걸음인 만큼 장기적인 협력의 큰 틀을 그리는 동시에 것이 공허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게 구체적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의제와 참석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구조다. 한국에서는 외교부가, 미국에서는 에너지부가 고위급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은 것처럼 가급적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을 뿐더러 원자력과 관련된 어떠한 의제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또 당국자 외 필요하다면 민간 전문가들까지 폭넓게 참여시켜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4개의 실무그룹 –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미래창조과학부), 원전연료 공급 (산업통상부), 원전수출 증진 (산업통상부), 핵안보 (외교부) - 의 운영에 관해서다.
별도의 부처에서 주관하는 각 실무그룹이 자칫 부처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부처 간 시너지를 통한 창의적인 협력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원전수출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 후 핵연료관리, 핵안보를 동시에 감안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원자력과 관련하여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원자력의 하이드씨가 한반도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다시금 강조했다. 지킬박사의 영역이 넓어지면 하이드씨가 설 땅이 좁아진다는 큰 그림 위에서 한 발언일 것이다.
실로 한미원자력 협력의 의미는 단순한 경제적 의미 이상이 있다.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좌우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열리는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가 그 잠재성을 최대한 열어놓고 활용할 수 있는 초석을 놓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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