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의 소프트웨어(SW)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오라클을 조사한지 1년만에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판정에 관련 업계에서는 심리적인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전원회의를 열고,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에 대한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집중 감시하는 특별전담 TF를 만든 뒤, 처음으로 오라클 사건 조사에 나섰다. 당시 오라클은 DBMS를 팔 때 혹시 모를 장애나 고장에 대비해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서비스도 판매하는데, 이때 메이저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포함해 고객에게 차기 버전을 구매하도록 강제한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조사를 통해 오라클이 유지보수서비스와 차기 버전의 SW가 각각 별개의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끼워팔기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오라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2011년 기준 59.6%에서 2014년 기준 58.5%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경쟁제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의 유지보수 서비스 가격도 라이선스 가격 대비 22%로,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도 과도하게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입 강제'에 혐의에 대해서도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라고 공정위는 해석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오라클에 결과적으로 힘을 싣어주게 된 판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오라클의 국내 영업정책에 손을 들어주게 되면서 국내 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오라클의 제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강조해 온 ICT 분야에 대한 불공정행위 감시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1년 동안 오라클 전담팀을 통해 매달렸음에 불구하고,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IT공룡 기업인 오라클과의 법정 공방을 두려워한 결과로도 보인다"면서 "이번 무혐의 결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오라클의 끼워팔기 행위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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