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청은 길바닥 안내 페인팅을 통해 시민들이 '을지유람' 코스를 헤매지 않고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진=조득균 기자 ]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고층 빌딩이 즐비한 삭막한 서울 도심 속에서 우리는 잠깐의 여유와 옛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땐 고민하지 말고 서울 중구 을지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을지로에 가면 다양한 전통 맛집부터 우리나라 근대화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특색 있는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여러 갈래로 뻗은 골목길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그마한 가게들은 1960~70년대의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서울 중구는 23일부터 을지로의 전통 있는 맛집과 아기자기한 골목을 체험할 수 있는 '을지유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진행하는 을지유람은 중구민들로 구성된 해설사들의 안내로 타일·도기거리, 공구거리, 조각거리, 조명거리 등을 1시간 30분 코스로 둘러볼 수 있다. 1회당 인원은 10명 이내로 운영한다. 중구 홈페이지(www.junggu.seoul.go.kr)를 통해 '을지유람' 메뉴에서 투어신청을 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공구거리 내에 들어선 청계 사우나 목간판 1960~70년대 만들어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조득균 기자]
◆ 골목 골목 다양한 전통 맛집 즐비
을지로에 가면 꼭 한 번씩 들를 수 밖에 없다는 '노가리골목(서울미래유산)'은 입에 착착 감기는 노가리와 거품이 살아 있는 시원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더해져 퇴근 시간 때면 인근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공구상가 골목 뒤편으론 1960년대 문을 연 한우전문점 '통일집'이 자리잡고 있다. 외관은 '이곳이 장사를 하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하지만 질좋은 한우만을 단일 품목으로 판매해 한 번 찾은 손님들은 발길을 끊을 수 없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군만두로 유명한 오구반점, 평양식 냉면으로 유명한 을지면옥, 돼지갈비 참맛을 보여주는 안성집, 순댓국과 머리 고기를 파는 전통아바이순대는 오랜 전통 만큼이나 그 맛과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평양식 냉면으로 유명한 을지면옥 입구에서 관계자와 손님들이 식사 순서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사진=조득균 기자]
◆ 조명거리·공구거리 등 영화 촬영지로 인기
타일.도기 거리, 조명거리, 공구거리는 한국전쟁 이후 도시 재건이 이뤄지면서 급격히 늘어나 지금의 특색 있는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공구거리 일대는 과거 산업근대화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영화촬영지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조의석 감독의 '감시자들'이 촬영됐다. 조명가게는 을지로 3가부터 4가까지 200여개 업체가 모여있다. 타일가게도 현재 150개 업체가 넘는다.
또 1936년 송림화점으로 문을 연 뒤 4대에 걸쳐 운영 중인 '송림수제화'를 빼놓을 수 없다. 석고로 발모양 본을 떠 맞춤 제작하는 곳으로, 한국전쟁 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첫 등산화는 물론, 현재는 산악인 허영호 대장의 등산화를 맞춤 제작해주고 있다.

[시민들과 방송 촬영 관계자들이 '노가리골목'에 위치한 OB베어 호프집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조득균 기자]
◆ 청년 예술가들의 꿈이 펼쳐지는 곳
중구청은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예술가들이 꿈을 이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 값비싼 임대료 탓에 작업을 할 수 없는 청년 예술가들을 위해 을지로 산림동 빈 점포를 매입했다. 이들에겐 4~5평 크기의 공간을 한달에 15만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주고 있다.
총 6곳에 8개 청년팀이 입주해 각종 예술 활동을 펼치며 을지로의 새 원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버려진 자전거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거나 을지로를 기록하고 전시하 는 활동을 한다. 또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도기를 만들고 향긋한 수제 양초를 제작해 직접 판매한다.
실제로 이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 활동을 마음껏 펼치며 세상의 인정을 받고 있다. 로보트 형상의 도기 작품을 만드는 한 청년 예술가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현재 투자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전시회에 참가해 대중에게 알리며 판매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