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금융권에서 성과주의 확산 과제를 처음으로 떠안은 곳은 바로 국책은행이다.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최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를 탈퇴, 성과제를 확대하고 있다.
◆ 호봉제 폐지한 산은·수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들이 연봉제와 호봉제를 혼합해 적용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연봉제를 기본으로 적용해 같은 시기에 입사한 직원들도 성과에 따라 임금 차이가 크다.
성과연봉제는 입사 순서가 아닌 능력과 실적 등으로 평가 받아 임금이 책정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팀 혹은 부서별로 1년에 한 번씩 평가를 해 성과금이 책정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수출입은행은 2006년부터 전직원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기본 연봉에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받고 있으며, 성과급은 성적에 따라 평균 30%까지 차등 지급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평균 44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책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성과급에 따라 같은 직급이라도 임금 차이가 있는데, 하위직급의 경우 그 차이가 적고 1~2급의 경우에는 성과급 차등폭이 크다.
수출입은행도 사무보조직원 및 파견직원들을 제외하고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하위직의 급여인상률이나 성과급 차등폭은 차이가 크지 않다.
이는 개별 직원에 대한 성과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팀 또는 부서별로 이뤄지는 평가방식 때문이다. 한 부서를 이끄는 부서장들의 책임이 큰 만큼, 이들에 대한 성과급 차등 폭이 크고 하위급 직원들은 약 20% 차이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성과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들 은행은 개별 노조와의 논의를 통해 하위직급의 급여인상률, 성과급 차등폭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기업은행, 성과제 적용 비중 아직은 '저조'
기업은행은 현재 전체 직원의 10%만 연봉제를 적용받고, 나머지 직원들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금융공공기관 중 성과주의 도입이 가장 더디다.
특히 간부가 아닌 비간부직의 경우 기본급을 산정할 때 대부분 호봉제를 적용한다. 때문에 성과보수 비중이나 차등 폭도 타 국책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성과보수에 따른 차등폭은 간부의 경우 2.2배, 비간부는 1.6배에 그친다. 성과보수 비중 역시 타 국책은행들이 최대 30%대 수준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현재 금융권에서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타 시중은행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기업은행은 당국과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내년까지 연봉제 적용 직원을 기존 10%에서 7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성과연봉 비중도 타 국책은행과 같이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직원들의 기본연봉 인상률 격차도 평균 3%포인트 이상 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내달 말까지 논의해 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기업은행은 개인평가 체계 마련 작업을 외부 컨설팅에 맡긴 상태다.
◆ 노조와의 합의 과제
이들 국책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성과제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나 노조의 장벽을 넘는 것이 우선 과제다.
금융당국은 최하위 직급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이미 적용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에도 차등폭을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책은행들은 개별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확대 방안을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에 찬성하는 노조는 한 곳도 없다.
금융노조는 지난 20일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성과연봉제 총력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을 방문해 권선주 기업은행장에게 사용자협의회 탈퇴에 대한 면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면담은 불발됐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사용자협의회 탈퇴와 관계없이 성과제 도입을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 업무의 특성상 공통된 가이드라인으로 개개인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임단협에서 성과주의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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