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KT의 손자회사 스카이티브이(Sky TV)가 프로그램 외주제작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리 특정업체를 낙점해 놓고 '무늬만 공모'를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담하면서 스타트업의 창업 아이디어 발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KT로서는 앞에선 스타트업의 도전을 지원하고 뒤에선 힘없는 방송 콘텐츠 제작자들을 때리는 이중적 행태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T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운영하는 자회사 스카이티브이는 지난 3월 새 예능프로그램 '마이펫연구소'를 자체 제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프리랜서 PD와 VJ, 구성작가들을 모집해 구두 계약을 맺고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돌연 외주제작업체인 '하이씨씨'를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시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하이씨씨'는 제작비를 절감한다며 스카이티브이가 뽑아 놓은 방송 인력 일부를 퇴출시켰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 파열음이 끊이지 않자 스카이티브이 측은 4월 외부 공모를 통해 '하이씨씨'를 다시 후보군에 올려 놓고 최종 선정하는 '짜고 치는'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유망 외주제작사 1곳은 영문도 모른채 들러리를 서야만 했다.
업계 안팎에선 두업체 수장의 커넥션을 주목해 왔다. 김영선 스카이티비 대표가 이용우 하이씨씨 대표와 같은 KBS 예능국 PD출신으로, 2014년부터 하이씨씨는 '오마이펫', '오마이펫(시즌2)'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스카이티브이에 납품해왔다.
이에 대해 스카이티브이 관계자는 "외주제작사와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된 일이며 양 대표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일"이라면서 "하이씨씨는 오마이펫을 납품한 경력이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 다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방송 콘텐츠 제작업계 관계자는 "이미 선정된 업체가 있는데도 공모를 낸 것은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를 짓밟는 행위와 같다"며 "공공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사의 부도덕성이 부각된 아주 나쁜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하면 기존 공모 방식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도 모르고 공모에 참가한 제작사는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그들의 아이디어와 함께 죽게 된다"고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민간 업체간 사적인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절차적 부분에서 부당해 보이고 도덕적 비난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이펫 연구소는 반려동물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개그맨 김국진이 메인 MC이자 연구소장으로 나오며 반려동물의 특이 행동을 관찰하고 원인을 밝히는 '수상한 연구실', 펫 마니아들의 독특한 애정표현을 살펴보는 '펫친소' 등의 코너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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