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차 쿠바를 방문중인 윤병세 장관은 이날 쿠바 정부 건물인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양 장관은 2013년 9월 뉴욕에서 열렸던 한ㆍ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고위급 회담 계기로 면담을 한 적은 있지만 한ㆍ쿠바 간 공식 외교장관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이 75분간에 걸쳐 이뤄진 것도 이례적이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즉 수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전달됐고 쿠바 측 역시 이를 진지하게 경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와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이번 외교장관 회담으로 한-쿠바 수교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윤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외교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75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동안 매우 우호적이고 진지하며 허심탄회한 가운데 회담이 진행됐다“며 "양측은 한·쿠바 간 양자 문제와 지역문제, 글로벌한 이슈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가졌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양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 시킬 시점이 다가왔다 하는 점을 제가 강조했다"면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쿠바가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갖고 앞으로 이러한 접촉과 다양한 레벨에서의 접촉을 갖기를 기대하고 다양한 후속협의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쿠바의 혁명가이자 독립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시(詩)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며 아늑하고 포근한 쿠바의 정경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쿠바 측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윤 장관은 또 "개인에게는(한 인간으로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라는 닐 암스트롱의 역사적 명언을 인용하며 한·쿠바 관계에서 한국 외교장관의 첫 쿠바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ACS 정상회의를 통해 보여준 쿠바측의 배려와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이런 것이 토대가 돼 앞으로 양국관계가 밝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언급은 쿠바와의 본격적인 국교정상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양국 외교장관이 “양자ㆍ지역ㆍ글로벌 차원에서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협의를 했다”며 “로드리게스 장관은 이번 ACS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개발에 있어 한국과의 협력에 기대가 크다면서 한국측 기여 의사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쿠바 측은 ACS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이례적으로 회원국들에 회람시켰다. 우리나라는 ACS 옵서버로서 공식 발언권이 없다.
외교 소식통은 "쿠바 측이 우리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회람시킨 것은 예외적인 배려조치"라면서 "의장국 쿠바가 한국 외교장관의 첫 방문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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