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국내 조선업계의 오너 3세 경영인들이 수주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 선박박람회 ‘포시도니아 2016’로 날아가 선주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 및 조선해양영업 총괄부문장(전무)는 가삼현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부사장)와 함께 지난 4일 아테네에 도착했다. 정 전무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이다.
그는 하루 15시간씩 선주를 만나는 가 부사장의 강행군 일정을 함께 하면서 틈틈이 친분이 있는 선주들을 만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3개 계열사의 영업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은 선주들과의 VIP 마케팅이 특히 중요하다. 메이저 선주들은 오너 일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선사들도 오너 일가 경영진이 직접 나서는 것이 수주 성공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정 전무의 포시도니아 방문은 지난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말 전무로 승진하며 수주영업을 담당한 뒤로는 처음이다.
정 전무는 올해 초 영업총괄을 맡은 뒤 임직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겠으니 일에만 집중해 달라”며 자신도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시도니아를 비롯, 조선업 관련 주요 해외 박람회장을 직접 찾아가 영업활동을 전개해왔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조원국 조선영업총괄 전무도 그리스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 전무는 한진중공업 수주영업의 전권을 쥐고 박람회에서 뛰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선박영업담당 임원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주로 영업업무에 집중해 왔다. 특히 수주 불황의 고통을 경험한 바도 있다. 입사 직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진중공업은 선박 발주 급감 속에 저가로 치고 오는 중국 조선사의 공세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했다.
마침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건설하느라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급락한 선가를 떠안고 영도조선소 물량을 수주했다가는 회사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조 전무를 비롯한 한진중공업 임직원들은 중국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수빅조선소를 제시하며 물량 확보에 나서는 한편, 영도조선소를 위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라는 이원화된 영업전략을 펼쳤다.
경쟁사에 비해 수주실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한진중공업은 저가수주의 후유증을 덜 겪었다.
올해 조선업계가 처한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르다. 수주 절벽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은 생존을 앞에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 전무와 조 전무는 포시도니아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희망적인 성과물을 얻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포시도니아 기간 내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오너 경영인들이 선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남은 2016년 내에 수주 성과를 어느 정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으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포시도니아에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김철년 성동조선해양 사장 등도 참석해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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