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짝퉁의 나라, 불량식품의 나라, 오염과 스모그의 나라, 무질서의 나라. G2국가로서 미국에 맞설 세계의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발전시키고 이를 부각시키는 작업에 적극적이다.
소프트파워는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중국은 G20의 개최지로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를 내세웠다. G20 회의는 개최도시와 개최국가의 종합실력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글로벌 홍보기회다. 특히 강국에서 치러지는 G20는 영향력이 크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톈진(天津), 충칭(重慶), 시안(西安), 난징(南京) 등 숱한 G20 개최 후보지를 지니고 있는 중국이다. 자신의 국력을 과시하려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일본을 압박하려면 난징, 서부개발을 강조하려면 충칭이나 청두,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리더십을 돋보이게 하려면 시안을 선정했을 터이다.
그러나 쟁쟁한 후보도시들을 제치고 항저우를 G20 개최지로 낙점한 것은 항저우가 지니고 있는, 다른 후보도시들을 압도하는 소프트파워 때문이다.
G20회의는 9월 4일과 5일 이틀동안 개최된다. 회의개최 3개월여를 남긴 12일 찾아간 항저우는 G20개최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회의장은 한창 외관공사가 진행중이었고, 거리 곳곳에 G20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들이 붙어있다. 도로정비공사나 건물건설공사가 한창인 곳도 많다.
항저우시민들은 G20개최에 대해 책임감과 함께 기대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항저우 시민 류야오둥(劉耀東)씨는 “각종 시설공사로 인해 도로통제가 잦고 밤에도 공사소음으로 시끄러워 불편함이 많다”면서 “하지만 국가의 행사인 G20를 개최한다는 자부심에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건설되는 기반시설에 더해 항저우는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소프트파워를 최대한 활용하고, 최대한 부각시키는 작업들을 벌이고 있다.
◆서시, 저우쉰, 탕웨이. 미녀도시
항저우는 미녀의 도시다. 일년 사계절 내내 적당하게 유지되는 습도는 '천연의 마스크팩'이다. 해산물과 농산물 등 물산이 풍부해 역사적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영양상태가 훌륭했고, 장신의 호리호리한 미녀들이 많이 배출됐다. 중국 4대미녀 중 한명인 서시가 항저우 출신이다. 서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칭런옌리추시스(情人眼里出西施, 사랑에 빠지니 상대방이 서시처럼 아름답게 보인다는 뜻)'라는 말은 아직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 이 밖에도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배우 저우쉰(周迅)과, 우리나라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여배우 탕웨이(湯唯)가 항저우 출신이다.
항저우의 여성들은 자신들의 고향이 '미녀의 도시'라는데 강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 저장성 정협위원이 G20기간동안 항저우 여성들이 모두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자는 제안을 했다. 중국 여성과 전통 의상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에게 뽐내자는 취지였다. 이 역시 '미녀도시'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제안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많은 항저우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G20기간동안 치파오를 입고 다니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현지에서 만난 추웨이(楚薇)씨는 "올해 초 정협위원의 건의가 솔직히 황당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것 같다"며 "G20기간에 최대한 치파오를 입고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시는 또한 G20를 위해 여성순찰대를 조직했다. 순찰대는 모두 21명이고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녔다. 평균연령은 24세, 평균키는 168cm다. 서호 지역의 질서유지와 관광자문서비스를 담당한다. 또한 항저우시는 '우린다마(武林大媽)'라는 여성자원봉사단을 구성했다. 중년여성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빨간색조끼와 모자에 완장을 착용하고 다니며 지난달부터 시민들에게 부드러운 미소로 공중도덕 준수를 권장하고 있다.
◆중국의 영웅 알리바바 마윈
항저우는 '마윈(馬雲)'이라는 중국경제의 영웅을 배출해낸 도시다. 항저우의 자랑이자 중국의 자랑인 마윈은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마윈이라는 인물 자체가 중국 소프트파워의 상징인 셈. G20 회의기간에 마윈은 적극적으로 각종 회의와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G20 회의를 전후로 많은 국제회의가 항저우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참석하는 글로벌 지도자들은 알리바바 본사를 비롯한 항저우의 IT기지를 방문하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혁신적인 IT 발전상을 선전하기에 최적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마윈이 설립한 알리비바의 본사는 항저우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99년 마윈이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햇수로 17년째다. 알리바바가 이룩한 거대한 성공을 기반으로 항저우에는 중국의 IT기업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인들은 항저우를 중국의 ‘인터넷 수도’라 부른다.
항저우는 지난 2008년에는 중국 최초로 ‘중국전자상거래도시’로 지정됐고, 2009년에는 중국 B2B연구센터가 발표한 ‘중국 10대 전자상거래 혁신도시’에서 베이징, 상하이, 홍콩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 중국은 처음으로 항저우에 해외 전자상거래 시범구 설립을 승인했다. 이 밖에 항저우는 국가정보화 시범도시, 전자정부 시범도시이기도 하다.
항저우는 현재 3차 산업 비중이 50%를 넘는다. 3차 산업 성장률이 1, 2차 산업보다 훨씬 높아 연간 평균 10%에 달한다. 항저우는 IT, 금융, 무역, 서비스 등 3차 산업 위주의 선진국형 경제로 변모하고 있다.
◆아름다운 서호, 소동파의 시
항저우에는 시후(西湖, 서호)가 있다. 중국에는 서호라는 명칭의 호수가 전국에 36개 있지만, 항저우의 서호가 가장 유명하고 문화적인 스토리가 풍부하다. 서호를 중심으로 발전한 항저우는 도시 역사가 2000년이 넘고, 남송시대의 수도로 영화를 누렸었다. 아름다운 서호를 배경으로 G20 정상회담과 부대행사, 문화행사 등이 펼쳐진다. 이를 위해 항저우시는 서호의 야경을 위해 아름다운 조명들을 설치했다. 또한 서호의 경치를 더욱 수려하게 하기 위해 대기환경개선과 수질개선, 주변환경정비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저우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1억명이 넘는다. 중국인들은 이곳 해산물 요리를 만끽하고 룽징(龍井)차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항저우 차를 마신 후 서호를 거닐며 과거 소식(蘇軾, 소동파, 1037∼1101)이 지은 시를 읖조리는 일정을 관광코스로 잡는다. 적벽부(赤壁賦)라는 시대의 걸작을 남긴 소식은 서호를 배경으로 ‘음호상일초청후우’(飮湖上一初晴後雨)라는 걸작을 남겼다. “물빛이 빛나고 맑으니 마침 좋고/ 비 오는 모습과 어우러진 산색이 또한 기이하네/ 시후를 서시에 비한다면/ 옅은 화장이나 짙은 화장이나 다 아름답다.(水光瀲, 晴方好, 山色空濠雨亦奇, 浴把西湖比西子, 淡粧濃抹總相宣).”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호의 풍경을 표현한 시다.
소식은 서호를 상징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그의 호인 동파는 그가 항저우 태수를 지내던 시절 서호의 동쪽 언덕에 살았다고 해서 지어졌다. 또한 그는 돼지고기 조리법을 개발해 '동파육(東坡肉)'이라는 메뉴를 만들어냈다. 동파육은 항저우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 이번 G20기간에도 동파육이 옛 시인의 이야기와 곁들여져 메뉴에 오를 예정이다.
◆2022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도시 항저우는 이제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도심의 교통 표지판들은 중국어와 영어를 병기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관광지 안내판, 화장실 표지판, 공공건축(공항, 지하철, 병원, 극장) 등의 표지판도 영문병기작업이 한창이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6월말까지 오염배출이 심각한 노후차량들을 모조리 폐차시키고, 디젤유 시내버스 역시 전량 폐기시키기로 했다. 또한 7월말까지 모든 택시에 고효율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도록 했다. 현재 1500대의 전기 대중교통버스가 운행중인데 더해 8월까지 500대를 추가로 보충키로 했다.
그리고 항저우는 2022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2014년 제17회 아시안게임은 인천에서 열렸으며 2018년 대회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다. 중국에서의 아시안게임 개최는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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