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은 누적된 적자로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마저 잠식한 상태를 말한다. 한 마디로 추가 출자나 차입 없이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15일 국내 10대 재벌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월 말 제출한 기업집단현황을 보면 총 584개 계열사 가운데 25.86%에 달하는 151개사가 2015년 말 현재 100% 또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재벌 계열사가 4곳 가운데 1곳 꼴로 자본잠식돼 있다는 얘기다. 10대 기업집단에서 현대중공업그룹(6곳)을 빼면 모두가 10곳이 넘는 자본잠식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을 대표회사로 둔 한진그룹을 보면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총자산 가운데 23.5%에 달해 10대 재벌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진그룹은 38개 계열사 가운데 39.47%에 해당하는 15곳이 자본잠식 상태로, 이 역시 10대 재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계열사 가운데에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한진해운도 포함돼 있다. 이 회사 자산이 한진그룹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19%에 맞먹는다.
계열사 수가 91개로 가장 많은 롯데그룹은 자본잠식 계열사도 30곳(34.07%)에 달했다. 10대 재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이지만, 이런 계열사 자산이 롯데그룹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22%에 그쳤다.
GS그룹은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총자산 대비 5.73%를 차지해 10대 재벌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LG그룹을 보면 자본잠식 계열사 수가 15개에 달했지만, 이런 회사 자산은 기업집단 총자산 대비 0.55%에 불과했다. 10대 재벌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이다.
한화그룹(0.78%)과 삼성그룹(0.80%)도 총자산에서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를 밑돌았다.
다만 삼성그룹을 보면 자산총계가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SK그룹은 총자산 대비 자본잠식 계열사 자산이 3.08%를 차지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3.03%)과 현대중공업그룹(3.16%), 포스코그룹(2.57%)도 3%대를 초과하지 않았다.
10대 재벌에 속하지는 않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그룹은 전체 계열사 21곳 가운데 30% 이상인 7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현대상선이 포함돼 있는 이런 계열사 자산이 현대그룹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74%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그룹도 마찬가지다. 전체 계열사 14곳 가운데 5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핵심 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한조선까지 모두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런 계열사가 기업집단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6%에 육박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설립 초기 회사라면 투자를 일으키는 단계에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게 되레 정상적인 일"이라며 "그러나 총자산에서 자본잠식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집단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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