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7명에 대한 ‘일괄 복당’에 따른 새누리당 내홍이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16일 일괄 복당을 결정한 혁신비대위 회의 이후 ‘당무 거부’에 들어갔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19일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전격 수용, 당무에 복귀하기로 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비대위 회의에서 복당 결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김 위원장에게 ‘중대 범죄’란 언사를 해, 김 위원장이 ‘거취 고민’까지 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지난 사흘간 수차례 회동을 제안,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만나 거듭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표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는 ‘당무 복귀’에 대해선 즉각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20일 혁신비대위 정례회의를 하루 앞둔 터라 복귀가 유력시 됐고, 김 위원장은이날 오후 지상욱 대변인을 통해 당무 복귀를 알려왔다.
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희옥 위원장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통합과 혁신을 완수하기 위해 고심 끝에 대승적으로 혁신비대위의 소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를 정상화함과 동시에 비대위원장을 보필할 새로운 사무총장을 인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내일 아침(20일) 혁신비대위 회의는 정상적으로 개최한다"고 덧붙였다.
◆친박-비박 ‘계파청산’ 말로만…‘유승민 복당’에 이전투고 양상
문제는 혁신비대위가 20일 재가동 되더라도, 당내 계파갈등의 불씨가 언제든 타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복당 논란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는 지난 10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입모아 외쳤던 ‘계파 청산’이 무색할 정도로 살벌한 이전투구를 보였다.
친박계는 혁신비대위의 결정에 대해 ‘복당 쿠데타’라고 일갈한 것도 모자라, 김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정 원내대표의 동반사퇴 배수진까지 치며 압박했다. 다행히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비대위 결정'을 수용하고 정 원내대표도 발빠른 사과를 하면서 갈등이 수면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유승민 복당’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비박계도 친박계의 공세에 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혁신비대위의 ‘일괄 복당’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정 원내대표 사퇴 주장은 “제2·제3의 유승민 사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겉으로는 정 원내대표를 감싸는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복당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김희옥, 권성동 사무총장 전격 경질…반나절만에 계파갈등 촉발
여기다 김 위원장이 당무 복귀 결정과 함께 ‘사무총장 교체’로 권성동 사무총장을 경질키로 한 것도 또 다시 계파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서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권 사무총장이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복당 결정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뜻과 달리 정 원내대표와 함께 표결 강행을 주도했다며 교체를 주장해왔다.
권 사무총장의 경질은 김 위원장의 당무 복귀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일괄복당 결정에 반발한 친박(박근혜)계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권 사무총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 즉각 강력 반발했다. 그는 이날 9시경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비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경질하려면 임명 절차와 마찬가지로 비대위 의결이 필요하며 위원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맞불을 놨다. 권 사무총장과 김 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에 앞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또한 김 위원장의 당무 복귀와 권 사무총장 경질에도 불구, 20일 오후 또다시 모임을 갖고 정 원내대표의 사과 등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8월 전대서 최경환 vs 유승민 ‘계파 총력전’ 주목
이렇듯 김희옥·정진석 사과 회동으로 진정 국면을 보였던 새누리당 내홍은 반나절 만에 ‘사무총장 교체’로 갈등이 재점화 되면서, 차기 당권을 장악할 전당대회를 앞둔 ‘계파간 총력전’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누리당은 20일 정진석 원내대표의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초까지는 상임위를 중심으로 민생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시국회가 끝나고 전당대회를 한달 앞둔 상황에서는 친박 대 비박 간 계파전쟁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당 대표 권한이 그 어느 때보다 세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당 지도체제가 단일성 집단체제로 변모함에 따라, 차기 당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대선후보 경선관리는 물론 4월 재보선 공천, 2018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막강 파워’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친박계는 이번 복당 논란으로 일보 후퇴한 만큼,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친박계 구심점인 최경환 의원이 출마를 굳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질세라 비박계도 복당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세결집에 나서 반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의원이 복당 하자마자 당권에 직접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 ‘최경환 대 유승민’ 빅매치가 이번 전대에서 성사될 경우, 여름휴가철과 리우올림픽 등 악재 속에서 새누리당의 전대 흥행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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