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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가까스로 회의를 정상화했지만, 사무총장 경질 건을 두고 여전히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비대위의 해임 의결 없이는 회의에 계속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재 인선'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김 위원장은 회의를 열고 "지난 며칠간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 이유를 떠나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모두발언의 운을 뗐다.
그는 "비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데, 땅을 더 굳게 하기 위해서는 말려줄 햇볕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새누리당에 필요한 햇볕은 우리 내부의 단결과 존중, 양보와 배려"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걱정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된다면 새누리당은 희망이 없다"고도 말했지만, 사무총장 경질 건에 대해 별도 발언은 없었다.
이에 내부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때도 김 위원장이 발언을 막으려 하면서 다소 실랑이가 있었다.
김 의원은 "권 사무총장의 경질 방침은 적절치 않다"면서 "만약 경질 방침이 지난주 비대위에서 있었던 복당 결정과 연계된 문제라고 한다면 이건 비대위의 자기부정이자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지금도 비대위의 결정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 임명은 전체 비대위원 전원 합의에 의한 의결을 통해 이뤄진 것이므로 (위원장 결정의) 해임에 대한 것도 적절한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의원 7명의 일괄복당 결정 후 김 위원장은 강압적 분위기 등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당무를 거부했다. 주말께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로 마음을 돌린 그는 대신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과 재인선을 전제로 복귀했다.
권 사무총장 경질의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이 직접 밝힌 바는 없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비대위원장의 보좌 역할을 해야 할 사무총장이, 나서서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고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경질을 주장하고 있다.
권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참석 전 김 위원장과 20분 가량 면담을 했다. 권 사무총장은 그러나 "사무총장 경질 건으로 당이 또 다시 논란을 낳고 계파 갈등이란 수렁으로 빠지는 것 아니겠나"라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거부했다고 그가 전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사무총장 경질 건은 논의되지 않았다. 회의 직후 권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은 당직자 추천권한만 있고 최고위 내지 비대위 의결이 있어야 임명할 수 있다"면서 "해임 의결이 없는 한 저는 계속 비대위 사무총장"이라며 임무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관례상 해임, 교체 시에는 최고위 의결을 거친 적이 없다"면서 "이미 비대위원장의 결정으로 어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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