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선거대책본부장 코리 루언다우스키를 경질했다.
캠프 내 최고의 실세로 불려온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은 선거캠프를 다시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변인물 특히 가족들의 절박한 조언 때문이라고 CNN은 이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의 심복이라고도 불리면서 트럼프의 인종·성차별적 발언의 배후로 의심받는 강경파 인물이다. 이번 경질이 '읍참마속'의 성격을 띤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뉴햄프셔 주 출신의 루언다우스키는 보수정치단체로 코흐 형제가 배후 지원한 공화당 계열의 슈퍼팩 '번영을 향한 미국인'(American for Prosperity)의 국장을 지냈다. 트럼프 선거캠프 합류 뒤 실세로 부상했지만, 여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되기도 했으며, 트럼프와 외부의 소통을 막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루언다우스키의 해임은 트럼프 선거캠프의 가장 큰 변화이며, 본선을 앞두고 조직을 전격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은 평가했다. 이날 호프 힉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공화당 경선에서 1400만 표에 달하는 역사적 기록을 세운 트럼프 대선 캠프는 루언다우스키가 더이상 캠프에서 일하지 않을 것임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캠프는 코리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며 앞으로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로 알려진 루언다우스키의 깜짝 경질은 예상 밖의 조처였다는 분석이 다수다. 루언다우스키가 외부에서 영입된 선대위원장인 '선거통' 폴 매나포트와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트럼프의 최측근인만큼 선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은 그만큼 트럼프 캠프가 궁지에 몰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사실상의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한 뒤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만 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랜도 총기난사 이후 '무슬림 입국금지' 등 강경발언으로 미국 전역을 덮은 추모 분위기를 해치면서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는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인언 하원의장에게서도 비판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공화당 내부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반(反) 트럼프' 움직임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당 내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트럼프 당선을 막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전매체 폴리티코는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은 트럼프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클린턴 전 장관에 크게 뒤진 상황에서 나왔다"며 "트럼프 반대세력들이 전대에서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을 저지하려 한다는 새로운 보도 이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6∼10일·1276명)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46%, 트럼프가 35%를 각각 기록해 지지율 격차가 11%포인트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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