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머리는 복잡하고 지끈거린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스마트폰에 GPS까지 과거에 몇 년에 걸쳐서 해야 할 일을 한 시간에 다 처리한다. 이런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머리에 몰린 '기운'을 아랫배로 끌어내리는 '하강'이라는 물(水)의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을 복원하는 보이차(普洱茶)다.
중국 윈난의 보이차는 우리 된장이나 김치의 원리와 같은 미생물발효차로서, 지금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제조와 함께 보관도 중요하다. 미용과 건강, 장수라는 효능에 차문화라는 생활의 여유와 품격이 추가되고, 여기에 세월이 지날수록 상승하는 가치와 가격 때문에 '마시는 골동품''이라는 재테크적인 가치도 더해진다.
후(後)발효차인 보이차에는 지금 충분히 마실 수 있는 노(老)보이차와 대략 20여 년의 세월이라는 '오래된 내일'을 기다리는 신(新)보이차가 있다. 미생물 발효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거친 노차(老茶)와 이제 갓 숙성발효를 시작하는 신차(新茶)가 있다.
인간 나이로 환갑에 가까운 1960년대 말 제작된 전통적 보이차 한 편(350g)의 가격은 수천만 원을 넘어서고, 30년이 지난 80년대 차들도 천만 원을 호가한다. 보이차에게도 인간과 같은 수명이 있다고 한다. 60년이 정점이고 그 이후로 효능이 저하돼 백세가 된 보이차는 골동품적인 가치만을 갖게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사람과 같은 삶을 사는 보이차, 특히 노차를 서민들이 마시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손자나 증손자에게 전하는 가장 큰 선물이 보이차이기도 하다.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화엄철학을 떠올리면, 한 세대를 넘어 두 세대 더 나아가 세 세대 간의 정이라는 뜻의 '보이일세유정'(普洱一世流情)의 의미가 가깝게 다가온다.
올해 나온 신차를 몇만 원에 '저렴하게' 구입해 아들과도 함께 마시지만, 손자와 손녀들도 마실 수 있다. 할아버지가 산 보이차가 30여 년이 지나 지금보다 몇백 배의 가치를 지닌 노차가 될 수도 있다. 손주가 아니라도 도반(친우)과 지인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넉넉함을 보이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한편 사람들에게 '정'과 '건강'을 함께 전할 수 있는 보이차를 이해하기 위한 특별전이 열린다. 한국 차계의 시각에서 보이차의 현재를 정리하는 전시회이다. 티쿱(한국차문화협동조합)이 보이일세유정을 제목으로 오는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유행했던 150여 점의 보이차가 선보인다.
특별전과 연계한 이야기마당도 전시 기간 동안 네 차례 열린다. 보이차를 모르거나 전해 듣기만 했던 초심자들에게는 보이차의 과거와 미래를 살피며 맑고 밝은 '차인'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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