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연이어 강등되고 파운드 폭락이 이어지고 영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마저 멈춰서버릴 위기를 맞은 것이다.
국제적 신용평가사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이어 2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두 계단 낮은 'AA'로 조정했다. S&P는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재정능력과 외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신용등급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신평사인 피치 역시 27일 영국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성명을 통해 "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영국 경제와 국가재정, 정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무디스도 24일 영국 경제의 장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브렉시트는 파운드를 강타했다. 파운드는 24일 이후 달러 대비 12% 가까이 폭락하면서 31개월래 최저치까지 미끄러졌다.
파운드화 하락이 영국산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향후 EU와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수입품 가격 상승을 야기한 데 따른 경제적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CNBC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연간 0.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영란은행은 마음 놓고 저금리를 고수할 수 있었다. 브렉시트 후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26일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고 회사채 매입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파운드 하락으로 수입품 물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경우 영란은행은 수용적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통화정책의 뒷받침이 없다면 영국 경제는 더 심각한 투자 위축과 고용 부진 등에 빠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브렉시트 발표 후 속속 파운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파운드/달러가 3개월 후 1.32달러를 가리킬 것이라며 종전 전망치인 1.47달러에서 낮춰 잡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역시 연말 파운드 전망치를 종전의 1.59달러에서 1.30달러로 대폭 내렸다.
그밖에도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기업들의 IPO와 M&A의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안 그래도 올해 상반기 영국의 인바운드 M&A는 전년 동기비 74%나 급감했다. 또한 딜로직 자료에서는 올해 1~6월 영국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33억3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현지시간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소 영국 기업 6곳이 내주 예정된 기업공개와 부채조달 계획을 변경했다. 한 미국 투자은행의 고위 간부는 IPO 시장이 당분간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에 대한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앞서 진행 중이던 거래들도 차질을 빚은 수 있다. 세계 최대 맥주 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는 영국의 사브밀러를 1,0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인수가가 파운드로 매겨진 탓에 파운드 폭락으로 사브밀러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독일 증권거래소와 런던 증권거래소의 합병도 영국에 본사를 두기로 했기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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