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의 정치학] ‘개혁이냐, 역풍이냐’…임기 4년차 검찰發 사정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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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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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박선숙·김수민’ 사전 구속영장 청구 기각…박지원 “사필귀정” 檢 개혁에 물꼬

  • 87년 체제 이후 역대 정권 4년차 때 국면전환용 司正…잘 하면 ‘개혁’ 반대 땐 ‘역풍’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수민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의도 정치권을 향했던 검찰의 칼끝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법원이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 검찰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른바 ‘검찰발(發) 사정(司正)’ 정국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사필귀정”이라며 최근 검찰발 사정을 ‘여당의 봐주기·야당 탄압 수사’로 규정, 대대적인 대여 공세를 예고했다. 일각에선 ‘기소 독점주의’ 배제를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이 차기 대선 정국을 뒤흔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체면을 구긴 검찰은 같은 날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수세국면 전환에 나선 검찰과 검찰의 칼끝을 부메랑으로 만들려는 야권의 두뇌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임기 4년차 司正…국면전환용 단골메뉴

정권의 임기 4년차 사정 카드는 ‘87년 체제’ 이후 어김없이 등장한 일종의 단골메뉴였다. 5년 단임제의 한계 속에서 모든 정권이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자, 4년차 때 정치권 비리 수사와 재계의 부패 수사를 고리로 ‘개혁 정국’ 조성에 나섰다는 얘기다.

검찰발 사정 정국에는 집권여당 내부 단속을 통한 당 장악력 확보를 비롯해 야권 힘 빼기, 재계 길들이기, 공무원 공직기강 확립 등의 다중 포석’ 전략이 깔렸다.

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 이후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옥시 등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주식매매 혐의 △농협회장 선거 부정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건 △국민의당 홍보 리베이트 의혹 등 여섯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국을 휩쓴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역대 정권도 그랬다. 임기 초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김영삼(YS) 정부는 4년차 때인 15대(1996년 4·11) 총선 패배는 물론, ‘장학로(청와대 제1 부속실) 뇌물 수수 의혹’에 직격탄을 맞았다. 김대중(DJ) 정부는 4년차에서 치러진 10·24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홍삼(홍일·홍업·홍걸) 트리오’ 사건에 연루됐다.

노무현 정부도 4년차 때인 2006년 5·31 지방선거 패배와 ‘윤상림 게이트’, 이명박(MB) 정부도 4·27 재·보선 패배와 저축은행 사태가 맞물리면서 레임덕 국면에 빠졌다.
 

제20대 국회가 지난 5월30일 개원했다. 여의도 정치권을 향했던 검찰의 칼끝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법원이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 검찰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른바 ‘검찰발(發) 사정(司正)’ 정국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檢, 대국민 신뢰…반격에 나선 野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국면에도 불구하고 4·13 총선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레임덕 지지대인 당·청 지지율 30% 선을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현 정부 4년차 사정 정국은 국면 전환을 원한 정부와 ‘정운호 법조비리’ 등에서 수세에 몰린 검찰의 물타기용 전술이 맞물린 결과였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수사가 야권 인사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성’을 갖췄다는 점과 총선 패배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는 ‘시점’을 보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검찰 체면이 구겨진 데다, 이 과정에서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선거운동 동영상 무상 요구 및 제공(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과의 차별 논란이 일면서 야권 반발만 초래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법과 원칙’이 무너진 셈이다.

범야권이 무리한 기소를 고리로 검찰에 ‘정치탄압 프레임’으로 맞설 경우 ‘수사권·기소권 독점’ 분리 등 검찰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대해 “국가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 강화와 이군현·조동원 등 새누리당 인사에 대한 고발 사건과의 차별로, 법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며 “검찰의 헛발질로 정부의 입지는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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