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13일 오전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 국제 중재재판 결과에 대해 "판결에 유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 중재재판이 판결을 내린지 16시간 30분 만에 정부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남중국해 판결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동북아시아 패권 다툼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정부의 고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결에 유의한다"는 정부 입장은 중국 측에 판결을 수용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미국과 일본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과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로서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해서라도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인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중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북핵 및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가 여전히 절실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자칫 양측으로 부터 비난을 살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도 지난달 3일 미국이 중재판결이 나오기 전에 '관계국은 판결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라고 한국에 비공식 요청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더구나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중관계가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러와의 갈등에 흔들리지 않고 안보를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로서 배치를 추진한다는 한미 군 당국은 배치 결정 닷새 만에 부지까지 발표하고 있어 우리 외교는 '유구무언(有口無言)'에 가까운 입장 발표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도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을 한국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런데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마치 '사냥개 역할'을 하듯 나서는 것은 중국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대응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만 중국도 한국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거나 한중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그 끈을 가지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한중해양경계 획정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한중관계의 '데미지 컨트롤'이 상당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 측면에서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사드배치 결정은 한미동맹이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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