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돋보기②] 흥행 8할은 '김래원 없이도 살' 박신혜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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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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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전에 없던 신선함이나 대단한 도전 정신 덕분이 아니다. 대중이 틀림없이 열광하는 흥행 공식을 답습하는 ‘닥터스’ 흥행의 비결이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무기력한 반항아에서 사랑이 충만한 의사로 성장하는 박신혜와 아픔 속에서도 정의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김래원이 사제지간에서 의사 선후배로 다시 만나,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사랑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신물 나도록 봐온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란 말이다.

‘닥터스’에서 새로운 것을 찾자면 박신혜가 연기하는 혜정이다. 국내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지만, 울지 않는 것밖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잘난 남자주인공에 기생하는 존재이거나 혹은 잘난 남자주인공에게 기생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문제를 악화시키고는 결국에 잘난 남자주인공에게 기생하고야 마는 존재였다.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박신혜가 연기하는 혜정은 다르다. 새 장가를 간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상처로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져 비행을 일삼던 혜정은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할머니의 사랑을 양분으로 의사가 된다. 오롯이 제힘으로 이룬 결과다. 의사가 되고 나서도 허둥대는 법 없이 진료와 수술은 물론 후배 양성도 똑 부러지게 해낸다. 남자 없이도 살 여주인공의 탄생이다.

그런데 과정이 시도를 퇴색시킨다. 드라마의 시작은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혜정이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거구의 깡패 17명을 맨손으로 때려눕히는 장면이었는데, 당연하게도 혜정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의 어두웠던 지난날과 의사로 사는 지금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 주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은 이토록 가벼웠다. 비행 청소년 혜정이 단박에 의대에 합격한 기적을 합리화하는 데는 “혜정이 IQ가 150이 넘는데”라는 친구의 호들갑이면 충분했다.

참을 수 없이 안일하고 믿을 수 없이 무책임한 제작진의 과오를 메우는 것은 박신혜의 차분함이다. 들쑥날쑥한 설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매만져 그 기복을 줄였다. 늘상 해왔던 로맨스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짜릿하다.

박신혜는 안정적인 연기력만을 내세운 배우가 아니라 더욱 귀하다. 흥행 파워 역시 막강한데 그 파급력은 국내를 넘어선다. 2009년 ‘미남이시네요’부터 전작 2014년 SBS ‘피노키오’까지 박신혜가 출연한 드라마는 모두 수출됐다. 그중 2013년 출연한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은 케이블 드라마 최고 수출가를 경신하며 일본에 팔렸고, ‘피노키오’는 대륙을 뒤흔든 ‘별에서 온 그대’를 제치고 역대 최고가로 중국으로 갔다.

‘닥터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드라마의 제작보고회를 취재하기 위해 동남아 언론들이 한국을 찾았으며 홍콩,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에 선판매됐다. 특히 대만에는 역대 최고가로 팔렸다. 남자 한류 스타 하나 출연하지 않는 이 드라마에 아시아의 눈과 귀가 쏠린 이유는 오로지 박신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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