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잔나비, 비상을 위한 날개짓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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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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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 뮤직]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잔나비’. 원숭이의 순수 한글을 뜻한다.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단어가 92년생 밴드가 올해로 스물넷, 원숭이띠 동갑들이 모여 이룬 잔나비 밴드도 그렇다.

올해 스물넷, 동갑내기 다섯 청년 최정훈, 유영현, 김도형, 장경준, 윤결이 모여 만든 밴드 잔나비. ‘올드팝’을 사랑하고 부르는 이 범상찮은 밴드 잔나비가 지난 4일 2014년 데뷔 후 꼬박 2년 만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정규앨범 ‘몽키 호텔(Monkey Hotel)’을 세상에 내놨다.

“지금껏 일부러 안 내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딱히 이유는 없어요. 내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웃음) OST의 경우 저희에게 기회였고, 잔나비라는 이름을 알리는 기회였죠. 정규 앨범 내기 전에 그런 경험들을 쌓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대학 축제나 행사에 매진한 뒤 정규 앨범을 내자는 생각에 거기에 일단 몰두했던 것 같아요. OST를 부르니 많은 분들이 한 번씩은 들어봤던 음악이라 공연할 때 반응도 좋았죠.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최정훈)

잔나비를 수면 위로 올린 뒤 낸 첫 정규 앨범의 타이틀 곡은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다. 보컬 겸 리더 최정훈이 직접 프로듀싱한 곡이다. 긴 제목, 가사, 멜로디와 편곡이 하나를 이뤄 이 역시 빈티지한 올드팝을 듣는 듯한 늦여름 감성에 맞는 곡이다. 정훈의 말처럼 ‘올드’하지만 촌스럽지 않고 매우 세련됐다. 그게 밴드 잔나비가 추구하는 음악이었다. 이는 팀명이 꽤 촌스러워 보이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절대 촌스럽지 않았던 느낌과 궤를 같이 한다.

“대중적인 곡을 할 법도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OST가 아닌 저희 팀이 변했다는 걸 보여줄 만한 가장 최고의 트랙을 꼽자고 해서 낸 앨범입니다. 대신 재미를 더하고 싶어서 스토리를 좀 넣어봤어요. 저희가 앞으로 낼 ‘몽키 호텔’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입니다. 그냥 앨범을 듣기보다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들으면 훨씬 더 재밌는 앨범이에요. 지금까지 많이 고민하고 쌓아왔던 것들을 최대한 많이 정리하고자 했어요. 곡 전체 사운드적인 면에서도 올드하지만, 촌스럽지 않게 담아봤습니다. 저희 잔나비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최정훈)

이들은 2014년 데뷔와 동시에 ‘펜타슈퍼루키상’과 ‘2015녀 그린플러그드 신인 그린프렌즈’ 등 록페스티벌의 신인상을 휩쓸며 인디밴드계의 인정받는 신인으로 등극했다. 또 인디신으로는 드물게 팬덤 또한 탄탄하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매력을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은 ‘무대 위 에너지’로 꼽았다.

“저희가 행사를 가면 ‘오늘 우리 무대를 만들고 오자’라고 파이팅합니다. 기선제압을 하고 ‘모두 다 박살내자!’라는 마음으로 매 공연을 열심히 했어요. 그렇다보니 팬덤이 생기더라고요.(웃음)”(김도형)

“어느 밴드보다 자신감 있는 건 저희 팀이 공연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축제를 가더라도 절대 기죽지 않아요. 예를 들어 벌교 꼬막 축제 같은 지역 행사를 가면 썬캡을 쓰신 아주머니들이 계신 곳에서도 공연을 해봤는데, 처음엔 음악적인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었어요. 그런데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이런 무대를 뒤집어 엎어봐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 음악을 펼칠만한 실력을 쌓아온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홍대 클럽에서 하는 공연은 사실 정말 너무 쉽더라고요. 음악을 들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공연도 좋지만 이런 행사 공연은 상당히 고난이도인데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떤 행사도 가리지 않고 공연을 다닐 예정입니다.”(최정훈)

팀 이름도 잔나비에, 음악도 올드팝. 게다가 젊은층들이 아닌 연세가 꽤 있으신 분들 앞에서는 공연이 굉장히 재밌다는 이들의 독특한 매력에 매료되는 순간이었다. 잔나비의 팬들은 이들의 이런 매력을 사랑한다고 느꼈다.

모두들 음악을 사랑하지만, 음악을 전공으로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모두들 현재 스물넷. 대학생이지만 잔나비 활동으로 인해 모두 휴학을 낸 상태.

“어렸을 때부터 저는 피아노를 쳤어요. 제가 크면서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셔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용음악과 작곡 전공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지금은 휴학 상태에요.(웃음)”(유영현)
 

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 뮤직]


뮤지션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뮤즈’가 있기 마련이다. 잔나비의 뮤즈 역시 궁금했다. 리더 최정훈은 망설임 없이 “산울림이 바이블”이라고 운을 뗐다.

“산울림 선생님들과 영국 밴드 블러(Blur)를 정말 존경해요. 산울림 김창완 선배님과 밴드 블러의 데이먼 알반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숨겨져 있는 무한한 록의 정신이라고 할까요? 남다른 소울이 있습니다. 그런 게 느껴져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나 음악 외적인 부분 모두에서요. 많이 본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시작하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김창완 선생님께서 연기하시는 것만 봐도 그냥 연기자와는 정말 달라요. 음악 하는 사람은 확실히 다른 감성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배우 황석정 누나에게 연기를 배우고 있죠.(웃음) 단련 시켜주고 계세요. 김창완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음악을 위해서라도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 공부가 음악에 많이 도움 되거든요. 독백하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이 끌어 나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최정훈)

키보드를 담당하고 있는 유영현의 뮤즈는 비틀즈의 존 레논과 ‘서른즈음에’를 만든 작곡가 강승원. 또 드럼의 윤결은 가사가 매력적인 음악을 부르는 YB와 외국의 드림씨어터, 이매진 드래곤스가 뮤즈다.

김도형은 서태지와 함께 미국 밴드 유투(U2)의 기타리스트 디 엣지(The Edge)를 꼽았다. “한국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 디 에지는 하나의 혁신적인 인물이에요. 기타가 위대한 악기라는 걸 그 분을 통해 많이 알려졌죠.”

마지막으로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장경준은 자신의 최고의 뮤즈를 비틀즈 폴 메카트니를 꼽았다. 리듬 악기 성향이 강한 베이스가 그로 인해 선율이 만들어지는 악기임을 알게 됐다고. 더불어 리더 정훈과 함께 영국 밴드 블러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유명한 뮤지션들을 뮤즈로 둔다는 것은 폭넓은 음악을 위해 뮤지션에겐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잔나비는 멤버 각각의 뛰어난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뮤지션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이들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잔나비는 지난 14일 인천 펜타포트록 페스티벌과 함께 오는 9월 열릴 렛츠락 페스티벌 등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앞으로도 여러 곳에서 음악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너무 재미있는 건, 페스티벌을 할 때마다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는거에요. 보러 와주시는 팬 분들도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그만큼 저희가 공연을 하기 위해 쌓아뒀던 노력들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뿌듯해요. 같은 세트 리스트로 공연을 하더라도 팬 분들의 반응 자체도 달라지고, 우리가 공연을 하면서 모니터를 하는데도 더 알찬 느낌을 많이 받아요. 떼창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웃음) 대부분 여성 팬 분들이 많은데, 남성 팬 분들도 한 두 분씩 와주신다면 공연이 너무 신날 것 같아요. 저희 공연에 여성 팬 분들이 많더라도 걱정하지 마시고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최정훈)

이런 매력적인 팀인 잔나비가 공연이 아닌 방송에서 볼 수는 없을까. 이들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꼭 불러주세요!”라며 거듭 강조했다. 꼭 나가고 싶은 방송이라고 했다. 밴드 음악이 국내에서 흥 하기 위해선,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도 더 많은 곳에서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각자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달랐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그리고 그 음악을 향한 열정과 꿈도 같다.

“저희 음악의 바이블이 산울림 선생님이라고 했듯이, 20~30년이 지나서 음악을 했을 때도 그 때의 젊은이들이 저희 잔나비 음악이라고 하면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의 팀이 되고 싶어요. 유행에 편승해 짧게 보고 음악을 보고 싶지는 않아요. 누가 들어도 우리만의 색깔을 만드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는 계획을 길게 세우지 않아요. 당장 내일 최종 목표를 달성해버리면 사는 게 재미없잖아요. 그냥 죽을 때까지 음악을 계속 저희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 한 명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추모공연도 하면서요. 하하하. 지금 욕심으로는 해외 록페스티벌에도 나가고 싶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희 스스로 준비가 됐다면 저희를 찾아주시는 곳도 많을 것 같아요. 일단 국내에서 잘하고 싶어요. 아직 저희는 젊잖아요. 때가 되면 많은 분들이 저희를 불러주실 거라 생각합니다.(웃음)” (최정훈)

어떻게 이 젊은 청년들의 밴드 이름이 잔나비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갈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밴드다. 단언컨대, 잔나비의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92년생 ‘잔나비 띠’ 동갑내기들의 열정이 모여 만들어진 첫 번째 흔적이 밴드 음악의 불모지인 국내 밴드 시장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기대가 된다.
 

밴드 잔나비 [사진=페포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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