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핵심 증인들은 불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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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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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킷벤키저, 유해물질 알고도 묵인했나…여야 한목소리 책임 추궁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가습기 살균제가 간질성 폐렴의 원인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난 지 5년만에 국회에서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정작 최대 가해기업으로 꼽히는 옥시 레킷벤키저(이하 옥시 현 RB코리아) 관계자 대부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 국회의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요구에 사실상 거부하면서 다소 김빠진 청문회가 됐다.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과 피해 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9일 이틀 일정으로 국회에서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주로 레킷벤키저가 지난 2001년 옥시 인수 과정에서 제품 유해성 실험을 중단한 이유를 추궁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옥시와 레킷벤키저와의 M&A(인수·합병)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2000년 옥시가 '가습기 당번'의 PHMG(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흡입독성 실험을 미국에 의뢰했지만 중단한 사례를 언급했다. M&A는 이듬해 4월에 이뤄졌다.
 
이 의원은 "당시 대표였던 신현우 전 사장은 2001년 인수 전 인천의 옥시 연구소에 RB글로벌 호주연구소 책임자가 방문해 실험을 중단하고 모든 자료를 연구소로 넘기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실험 중단의 배경에 본사가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의 전희경 의원은 "옥시는 1996년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때 '프리벤톨(Preventol R 80)'이란 흡입독성 실험을 거친 물질로 만들었다"면서 "부유물질이 뜬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소비자 항의가 들어오자 PHMG로 원료를 느닷없이 바꾸는데 이 물질의 사용 용례는 카펫 세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 의원은 "레킷벤키저가 옥시 인수 전이라고 해도 시점은 매우 인접하다"면서 "호흡기에 들어가는 물질인데 내부 연구소에서 문제 있다는 보고를 묵살한 것은 기업이 최소한의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아타 샤프달 현 RB코리아 대표는 "이러한 일은 RB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전후 정황을 알지 못한다"고 답해 비난을 샀다.
 
가습기 살균제 라벨에 새겨진 '아이에게 안심'이란 광고 문구도 도마에 올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정의웅 한빛화학 대표에게 "안전성 검사 없이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라벨을 붙였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대표는 "당연히 옥시가 처음 가습기를 개발할 때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따로 실험을 진행한 적은 없다"면서 "100% 옥시를 신뢰했고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샤프달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아이에게 안심'이란 문구는 확인이 안 된 문구였다"면서 "많은 세월동안 해당 문구를 썼던 것은 정말 잘못됐고 사죄드린다"고 시인했다.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집중 추궁의 대상이 된 샤프달 대표는 "저희가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 본사 측에도 국회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날 청문회는 정작 책임 소재를 캐물을 당사자들이 죄다 빠진 '반쪽짜리' 청문회나 마찬가지였다. 국회가 출석을 요구한 증인 및 참고인들이 출석을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특위가 요구한 증인·참고인은 총 28명이었지만 영국의 옥시 레킷벤키저 본사 관계자를 포함 13명이 요구에 답변하지 않았거나 불출석 입장은 전달했다.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사고 이후 옥시 측이 대응 과정에서 여러 중요사실들을 은폐한 정황이 검찰에 의해 포착됐고 그것이 영국 본사 주도 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강하게 제기됐음에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의 사과는 물론 주요 증인으로 청문회 출석도 거부했다"면서 "매우 유감스럽고 이런 태도는 대한민국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홍익표 더민주 의원 역시 "다국적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나 비윤리적 자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중적 잣대로 많은 희생이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데,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도 기업의 비도덕과 생명 경시에 대한 통상 규범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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