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완 기자=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8)이 31일(현지시간) 결국 탄핵당했다.
브라질 상원은 전날부터 이어진 마라톤 탄핵심리기 끝난 후 전체회의를 열어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탄핵안 통과에는 3분의2인 5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는데 비교적 여유 있게 통과된 셈이다.
이로써 지난 5월 직무정지된 호세프 대통령 즉각 퇴출되며, 2018년 말까지 남은 호세프의 임기는 그의 정적인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채운다.
탄핵 통과 후 호세프 전 대통령은 탄핵 추진 세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호세프 탄핵으로 1980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좌파 노동자당(PT)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대표로 추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좌파의 아이콘' 룰라를 내세워 2018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안 통과 즉시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고, TV와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 자격으로 9월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어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추진해온, 침체에 빠진 브라질의 경제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테메르 부통령은 정부 수입을 늘리기 위한 정부 자산 매각, 연금 지출 축소, 노동시장 규제 완화 등 등 여러 개혁 조치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개혁 조치에 대한 의회 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그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호세프는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정치사에 한 획을 그으며 당선됐다. 그러나 호세프는 지난 2014년 연임을 위한 대선을 앞두고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가 회계를 조작한 혐의로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 5월 상원의 탄핵 절차 개시 결정으로 대통령 권한 행사를 정지당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고 나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면서 미셰우 테메르 정부에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면서 "쿠데타 정부는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야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 측은 상원의 탄핵안 가결에 반발하면서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뜻도 밝혔다.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경제 정책 실패와 부패 스캔들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탄핵으로 1992년 말 사임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 대법원은 그에 대한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그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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