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한때 브라질의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좌파정권이 끝내 막을 내렸다. 31일
(현지시간) 브라질 상원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 한때 '윤리가 있는 정치'를 내세우면서 대중의 지지를 얻었던 브라질의 노동당의 집권은 14년만에 끝나게 된 것이다. 이로써 2000년대 화려하게 막을 열었던 남미 좌파정권의 시대도 곧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의회쿠데타" 자국대사 소환·외교관계 동결 등 남미좌파 정권 강력반발
남미의 좌파정부는 일제히 브라질의 탄핵을 비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31일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이후 브라질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고 브라질과의 외교관계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브라질 상원의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고 규탄했다.
그동안 남미 좌파정권들은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쿠바 정부는 지난 5월 브라질에서 의회·사법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으며, 테메르 부통령이 거대 보수언론과 제국주의를 등에 업고 정권을 찬탈했다는 주장을 담은 이메일을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적십자사(ICRC),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 이슬람협력기구(OIC) 등에 보내기도 했다.
쿠바 외에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칠레, 우루과이 중남미 7개국 좌파 정권들 역시 5월 당시 호세프 탄핵 추진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남미국가연합의 에르네스토 삼페르 사무총장은 "브라질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붕괴하는 상황이 조성되면"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역시 브라질의 회원국 자격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탄핵정국이 남미 전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좌파정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남미는 2000년대 들어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볼리비아 등 좌파정권들이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하락과지나치게 커진 재정지출 등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뺀 10개국이 좌파정권이었지만,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정권이 우파로 교체됐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우파 정치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어 12월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는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야권 연대 민주연합회의(MUD)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경제난에 국민소환 투표 위기에 몰렸다.
뿐만아니라, 칠레, 볼리비아 등 다른 좌파정권들도 정권 연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호세프의 탄핵이 남미 내 좌파정권들에 어떤 영향 미칠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역시 "이번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면서 탄핵 추진 세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탄핵이 결정된 당일 호세프 전 대통령은 발표한 성명을 발표해 "그들은 우리에게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면서 "쿠데타 정부는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야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으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 측은 대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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