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의 몰락 ⓵]“104년 역사의 붕괴, 기술만능주의 고집 때문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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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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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9월 15일은 일본 샤프 전자가 창립 104주년을 맞는 날이다.

샤프는 회사 일본어 사이트에 창업주인 하야카와 도쿠지의 사진을 내걸고, 지난 역사 동안 회사가 이뤄낸 성과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하지만, 샤프는 더 이상 일본 업체가 아니다.

지난 8월 12일,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의 중국 자회사 폭스콘은 일본 샤프전자 인수와 관련, 중국 독점금지법 심사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폭스콘은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생산업체로 한국에 잘 알려진 기업이다. 폭스콘은 지난 3월 당초 제안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인 3888억엔(약 4조2000억원)을 샤프전자에 출자 절차를 완료한 바 있다. 이번 인수로 폭스콘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샤프전자의 66%의 의결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샤프전자는 일본의 전자 대기업으로는 처음 외국자본 산하로 들어가게 되고 출자 후에는 폭스콘이 선임한 새로운 경영진이 샤프재건을 책임지게 된다.

1912년 하야가와 도쿠지에 의해 설립된 샤프는 1915년 ‘샤프펜슬’이라는 기계식 연필을 내놓으면서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샤프는 이 회사의 사명이 됐고 지금도 기계식 연필의 대명사로 통한다.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는 기술을 강조했는데 그의 기술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샤프는 1953년 일본 최초로 흑백TV를 내놓은 데 이어 1973년엔 세계 최초의 액정(LCD) 표시 전자계산기를, 또한 세계 최초의 LCD TV를 출시했다. 2001년 샤프는 글로벌 LCD TV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에 올랐는데, 당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3%에 불과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그 위세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샤프는 파나소닉, 소니,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산요 등과 함께 전자왕국 일본을 이끄는 간판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다른 일본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샤프도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사양화의 길로 들어서더니 결국, 경영권을 폭스콘에 내어줌으로써 지배구조상으로는 창립 104년 만에 일본기업으로서의 생을 마무리 했다.

샤프의 몰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원인은 ‘기술만능주의’에 빠졌다는 것이다. ‘샤프 액정 패전의 교훈’이라는 책을 쓴 나카타 유키히코 교수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는 ‘기술신앙’에 빠져 있었던 일본은 세계에서 고립됐다”며 “이는 샤프뿐 아니라 일본 전자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간한 신간 ‘샤프 붕괴’는 샤프의 몰락을 당시 벌어진 사건, 시장 상황, 미공개 에피소드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경영진의 내부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경영은 결과가 전부다”며, 결과론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기술만능주의나 내부 경영진간의 갈등이 맞는 답일 수 있다. 하지만 “경영은 연속성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를 달 경우 샤프의 몰락을 눈앞에 보이는 회사 자체의 문제로만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전략 분석가인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올린 글을 통해 후자의 측면에서 샤프의 몰락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과거의 경영환경의 변화와 그에 대한 샤프 경영진들의 판단 가운데 어느 것이 샤프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결론부터 말한다면 10년 전 주력 사업의 경쟁 규칙이 바뀌었을 때 샤프 경영진의 판단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샤프의 몰락에는 삼성전자와 폭스콘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 두 회사는 디스플레이산업, 더 나아가 전자산업 전체의 경쟁 규칙을 바꾼 기업이었고, 이들 두 기업과 경쟁을 하기에는 샤프 단일 기업의 역량은 매우 부족했다. 막판 샤프가 생존을 위해 두 기업 모두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삼성전자는 거절하고, 폭스콘이 잡아준 것도 그 이유다.

료스케 대표의 분석을 토대로 샤프의 위기와 디스플레이산업의 전망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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