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스타필드 하남은 유통 콘텐츠의 총집결체다. 이는 콘텐츠 위에 군림하는 왕, 제이 정(정용진) 덕분이다”
지난 9일 공식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의 합작사인 미국 터브먼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 스타필드 하남은 단순쇼핑몰에서 벗어나 창고형 할인매장과 전문점, 명품숍을 비롯해 힐링·레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식도락 등을 총망라해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 다채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덕분에 하루 평균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연일 호황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왕’도 제패하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외국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대륙이다.
이마트는 1997년 국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중국 진출 출사표를 던졌다. 일찌감치 터를 닦았던 이마트는 중국 정부의 유통시장 개방 이후인 2005년부터 본격적인 출점을 시작, 성장세를 자신했다.
정 부회장은 2008년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다점포·다지역 전략을 본격 추진해 2014년에는 100호점까지 열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마트는 중국 점포를 27개까지 늘려갔으나, 이내 점포별로 적자가 누적됐다. 급기야 2013년에는 이마트 중국법인이 매분기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상하이와 함께 양대 축이던 톈진 점포를 포기하는 등 이마트는 대다수 점포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중국 철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내 이마트 점포는 8개에 불과하다.
정 부회장은 2014년 말 “예전엔 해외사업을 쉽게 생각했지만 중국 사업이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정신 차렸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실패한 원인으론 △중국의 배타적 문화에 따른 현지화 실패 △높은 점포 임차료 부담 △입지 선정 실패 등 시장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이 꼽힌다.
이같은 중국 실패의 교훈을 거울삼아 최근 베트남 진출에서는 보다 세밀한 현지화와 부지 매입 등 ‘자가 점포’ 중심의 확장 전략을 펼치며 해외사업의 재기를 꿈꾸고 있다.
베트남 1호점 고밥점의 직원 95%를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오토바이 주차장을 1500대 규모로 갖춘 데다 이미 2014년 1호점과 2호점의 부지 매입을 통해 자가 점포의 기반을 닦은 상태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베트남에서 상품 구색이나 편의시설은 물론 현지인 중심의 사업인력을 구성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자가 점포 전략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고정 임차료가 없어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해외 시장 공략에 적절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경제성장 전망이나 소비자 구조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유통업체의 중국 실패와 다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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