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B-2·B-5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등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가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은 SCM 전부터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기대감을 보였으나 결국 미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CM 이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 관련 문구가 명기되지 않았다. 보도문에는 “미국이 보유한 핵우산·재래식 타격능력·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카터 장관의 언급이 전부였다.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민구 장관은 SCM 직후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공동보도문에 미 전략자산 상시 순환 배치가 빠진 배경’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이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앞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를 더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결국 미국은 핵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전략자산 운용에서도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거절의 입장을 보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미는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한미간 입장차가 뚜렷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가 확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했다”며 “미국이 2곳 이상 분쟁지역에서 동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제한되고 국방예산 감축이라는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는 미국의 안보전략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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