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또다시 미국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계속되는 두테르테의 도발에 양국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도쿄도 내 호텔에서 재일 필리핀 교민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미국은 정말 불량배다"라면서 자신의 마약단속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는 미국 및 국제사회를 염두에 두고 "두테르테는 깡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다. 이제서야 알았나?"라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전날 일본 방문에 앞서 마닐라 공항에서도 기자단에게 "이 땅에서 필리핀 군인 말고 어떤 군대도 더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하면서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 2014년에 맺었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의 재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또 이자리에서 미국이 필리핀을 '목줄을 맨 개'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마약퇴치 정책에 불만이 있는 미국 투자자와 기업이 있으면 짐을 싸서 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이후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끄덕 거리고 있다. 지난주 중국 방문을 했을 때는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후에 양국 간의 단교 논란이 일자, 외교정책의 분리를 말한 것은 아니라며 뒤로 물러섰다.
한편 필리핀 경제계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 기업들이 필리핀에서 철수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필리핀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며, 지난해 투자액이 7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한편 2013년 기준 필리핀 해외근로자는 약 1000만 명으로 이중 350만 명가량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필리핀 해외근로자들이 2015년 자국으로 송금한 돈은 무려 258억 달러로 (한화 약 29조원)이며, 이중 무려 30%에 달하는금액이 미국에서 보낸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의 시장성을 볼 때 미국 기업들이 쉽사리 떠나기 어려울 것으로 두테르테 정부는 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올해들어 필리핀 경제는 7% 가까운 고속성장을 했을 뿐만아니라, 앞으로도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인만큼 미국이 쉽게 필리핀과의 관계를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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