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비공개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렸다가 ‘밀실 추진’ 논란이 빚어지면서 서명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 무산됐다. 당시 담당 외교관이 사직하는 등 후유증을 남긴 뒤 중단됐다.
이후 4년이 지나 정부가 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 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정서가 민감한 한일 문제를 공감대 형성 과정도 없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들의 정서는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역사교과서 왜곡 등 문제로 반일정서는 더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최근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군국주의로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집단자위권을 골자로 하는 안보법 개정으로 군사적 팽창 시도를 강행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안보법을 통해 일본 자위대가 군국주의 시절 일본군처럼 해외에서 군사활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자위대는 우리의 군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자칫 일본 재무장의 명분을 살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위대는 군대가 아닌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을 목적으로 편성된 조직으로 군법이라는 개념이 없고 군사정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의 방위정보와 우리의 군사기밀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동등한 조건에서 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결국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셈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 영해에서의 활동은 있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것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개념이지 일본 재무장과는 무관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한반도 배치의 졸속 결정으로 극심한 대내외적 혼란과 갈등을 자초한 바 있다. 지난해 위안부 협정을 둘러싼 졸속 협상도 맞물려 있어 군사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 추진할 경우 국민정서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국내 여론이 온통 ‘비선실세 최순실‘ 파문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일 경우 감당하기 힘든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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