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양대 국책은행이 혁신안을 발표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전·현직 비리와 로비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경수 KDB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혁신의 전제는 경제위기나 큰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산은이 정부 재정이나 세금에 기대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산은에 위험 관리와 도덕성 통제, 그리고 정부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은의 혁신안에는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체계 강화 방안이 담겼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구조조정기업에 산은 퇴직 임직원의 상근·비상근직 재취업도 전면 금지했다.
아울러 인력 축소와 보수 삭감을 등 자구 노력을 통해 400억원을 절감할 방침이다.
채용 문턱도 낮춘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본점 팀장 이상 간부직에 외부전문가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부행장급 부문을 9개로 축소하고, 내년 말까지 8개 지점을 없앤다. 보유하고 있는 132개 출자회사를 매각할 때 시장 가격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관과 내규 등에 명시하기로 했다.
수은의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 독립성과 견제를 강화한다. 남주하 수은 혁신위원장은 "최근 대형 부실 발생이나 비위 행위로 인한 과오, 한쪽에 치우친 포트폴리오 등의 문제가 생겼다"면서 "견제와 균형이 부족했다고 판단하고 쇄신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영 투명성을 위해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조직 크기도 줄인다. 2개 본부를 축소하고 부행장을 기존 10명에서 2명으로 감축한다. 이와 더불어 팀장급 이상 조직 관리자수 10% 감축, 해외사무소 10% 축소, 내년 예산 3% 감축 등의 방안도 내놨다. 이 같은 자구 노력으로 3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 특정 기업·계열에 대한 과다여신을 제한하기 위해 여신한도를 2005년 수준으로 줄인다. 이로 인해 현재 60%·80%인 동일인과 동일차주에 대한 자기자본 대비 여신 한도는 각각 40%와 50% 수준으로 축소된다.
이처럼 산은과 수은이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지난 6월 정부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국책은행 자구안 추진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은 "반성과 혁신, 신뢰까지 저버린 발표"라며 "환골탈태 하겠다는 약속은 온데 간데 없고 구태의연한 내용으로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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