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FBI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가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소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섹스팅 수사에서 발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31일 미시간주 유세장에서 “고마워요, 휴마. 참 잘했어요 휴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앤소니 위너, 당신도 고마워요”라며 비꼬았다.
FBI의 이메일 재조사 발표에 대선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였던 클린턴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클린턴의 수양딸로 통하던 후마 애버딘은 이제 클린턴에게 가장 큰 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를 둔 무슬림계 애버딘은 1996년 19세 나이로 백악관 대학생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힐러리 클린턴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애버딘은 20년 동안 클린턴과 동고동락하며 클린턴의 무한 신뢰를 받았다. 애버딘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클린턴을 보좌했으며 올해에는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클린턴은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은 딸이 하나밖에 없지만 자식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애버딘일 것이라고 말하며 특별히 아끼고 있음을 밝혔다. 이 때부터 애버딘이 클린턴의 수양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애버딘은 미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에서 클린턴의 충성스러운 심복에서 클린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FBI는 애버딘의 전 남편 위너의 섹스팅을 조사하던 중 과거 애버딘과 함께 사용하던 노트북에서 추가 조사할 자료가 나왔다며 클린턴의 이메일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 컴퓨터에서 발견된 이메일 수천 건이 클린턴의 기밀정보 부실 처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클린턴과 애버딘의 관계가 무너질지 현지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클린턴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애버딘은 백악관 비서실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클린턴이 애버딘에 등을 돌렸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존 포데스타 선대위 위원장은 “우리는 여전히 그녀(애버딘)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트거스대학의 로스 베이커 정치학 교수는 “클린턴과 애버딘은 각별한 사이이지만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우정이 필요에 양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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