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변양호 신드롬'
공직사회의 책임회피 또는 보신주의 경향을 이르는 말로,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사건에서 시작됐다.
변 국장은 약 4년간에 이르는 긴 법정 공방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기간 그의 명예는 많이 실추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는 '논란이 있는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1년여를 끌어온 이번 대책은 '현대·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선 '빅3' 체제를 유지한 채 2020년까지 버티도록 지원하겠다'로 정리된다.
결국 골치아픈 문제이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었던 '빅2' 체재 개편은 다음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정부는 조선산업의 공급과잉이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원론적인 대책만 나열할 뿐이었다.
특히 정부의 제안으로 시작, '빅3'가 각각 수억원의 비용을 부담한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는 시간과 돈만 날려버린 채 무용지물이 됐다. 보고서는 '빅3' 중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에도 계속해서 약만 먹이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기자뿐일까?
과거 정부는 2000년 옛 대우중공업 정상화 방안의 일부로 대우조선에 1조원을 투입했던 적이 있다. 이후 조선업의 호황기를 맞았으나 대우조선의 '낙하산' 경영진이 무리한 수주와 방만한 경영으로 초래한 수조원대의 손실이 불거졌다.
이런 경험을 겪은 정부가 또다시 대우조선을 '일단 살리고 보자'고 말한다.
물론 이번 정책의 옳고 그름은 다음 정권에 가서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환부 수술이 만약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느니 현상유지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공직사회 보신주의'가 구조조정 동력을 꺼트리는 '찬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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