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1년1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국의 대권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돌풍이 남긴 함의가 적지 않는 데다, 아웃사이더로 포장한 ‘악동’ 도널드 트럼프(공화당)가 힐러리 클린턴(민주당)을 위협하면서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 설명하기 힘든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대전환기의 2016년 미국 대선이 2017년 체제를 향해 발을 내디딘 한국 정치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줄 수 있다는 얘기다.
◆美 대선 핵심 키워드 ‘아웃사이더’
1일 여야와 정치전문가들이 분석한 2016 미국 대선과 2017년 한국 대선 결과의 상관관계는 ‘공여민야’다.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여당 후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1987년 체제 이후 한·미 양국의 대선 결과를 보면, ‘공여민야’ 법칙이 일정 정도 성립됐다. 공화당의 조지 허버트 부시 집권기(제41대·1989∼1993년)에 치러진 제14대 대선(1992년)에선 김영삼(YS) 대통령이 당선됐고, 민주당의 빌 클린턴 집권기(제42대·1993∼2001년) 때인 제15대 대선(1997년)에선 김대중(DJ)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첫 정권교체를 꾀했다.
공화당의 조지 워커 부시 집권기(2001∼2008년) 때 승부를 벌인 제16대 대선(2002년)과 제17대 대선(2007년)에선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1승1패를 이뤘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집권기(제44대·2008년∼현재)에선 경제민주화 노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보수진영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87년 체제 이후 총 다섯 번의 대선 중 미국 집권당과 유사한 후보가 당선된 것이 세 차례나 된 셈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공여민야’ 법칙에 대해 “외교·안보와 경제에서 보수성이 강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대북 제재와 법인세 인상 반대, 보호무역주의 등이 이슈로 부상, 보수정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힐러리 정권이 들어설 경우 유화적인 대북정책으로, 진보성향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현상, 美 중산층 붕괴…문명의 충돌기
양국의 대선 결과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과정’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아웃사이더’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현상이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의 점유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세계 최강의 미국조차 경제난에 허덕이자, 진보층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샌더스 현상을 통해 표출했고 보수층은 변화에 대한 ‘절망’을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냈다.
트럼프 현상이 미국 중산층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야권 정책통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샌더스와 트럼프가 없더라도, 샌더스 현상과 트럼프 현상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대선은 이 밖에도 ‘헬 미국’을 둘러싼 세대 전쟁은 물론, ‘백인 주류냐, 다문화냐’의 인종 전쟁 등 아메리카 복원을 위한 세기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이 변수로 떠올랐다면, 한국 대선정국은 ‘최순실 게이트’에 파묻혔다. 두 사건 모두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파동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의 막판 변수는 도덕성”이라며 “여기서 실기하는 쪽은 지지층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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