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수기준 설정해 기업회계 투명성 높여야"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사보수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 재량으로 감사인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감사 독립성이 보장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주최 회계세미나에서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현행 감사보수 결정은 대표적인 시장실패 사례다"며 "품질경쟁이 아닌 가격경쟁만 불러 일으켜 감사의 질을 낮추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회계 감사보수는 자유수임제 방식으로, 기업과 감사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감사인을 지정하는 경우 보수기준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사보수규정은 지난 1967년 이후부터 30여년 간 존재했었지만, 1999년 '카르텔 일괄정리법'이 제정되면서 소멸됐다.

전 교수는 "회계감사의 경우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비용부담자(기업)가 다르고 이를 규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품질의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감사서비스 품질 경쟁이 아닌 감사보수 경쟁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시간당 감사보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상장사들이 지불한 평균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6년 9만7000원에서 2015년 8만원으로 18% 가까이 줄었다.

그는 "단기적으로 최저표준투입기준을 제정해 감사시간, 감사보수 기준을 정하고 적잘한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감사에 대한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전환도 중요한 개선 과제로 꼽았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도 적정 감사보수와 적정 감사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계감사는 규제가 아니라 회계감사에 대한 지출은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지금처럼 자유수임제로 감사보수가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회계감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야 감사 보수의 자율결정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도 "감사보수 기준을 정하고 가격 경쟁을 피하는 것은 감사 품질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감사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