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브렉시트보다 더 큰 충격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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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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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홍성환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고, 코스피는 1900선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서 외국인이 발을 빼는 대신 국채나 금 같은 안전자산 쏠림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개 드는 연말 금융시장 위기설

연말 금융시장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금융당국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 움직임을 한층 더 면밀히 주시하겠다"며 "미 정부 정책 변화가 다양한 경로로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합동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금융ㆍ외환시장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구축·가동하고,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안정조치를 취한다는 게 골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럽은행 부실문제, 중국 금융시장 불안을 비롯한 올해 들어 지속돼 온 다른 대외위험과 결합해 국내외 금융시장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통화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애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졌지만, 트럼프는 줄곧 저금리를 선호해왔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5원 가까이 뛴 이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5원 오른 1149.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한때 20원 이상 치솟기도 했다. 이날 하루 환율 변동폭은 28.6원으로 브렉시트 투표가 있었던 6월 24일(33.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브렉시트 때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세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1900선 붕괴 가능성

주식시장도 위기감이 커졌다. 패닉 장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1900선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가 미 민주당에서 8년 동안 유지해 온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적인 트럼프 정권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외환·채권시장이 요동친 이유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지할 경우, 수출주 중심인 우리 증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미국 대선은 그동안 미 경제와 금융, 외교, 군사를 비롯한 모든 정책을 바꾸는 큰 사건"이라며 "특히 경제 면에서 트럼프가 자국 노동자 보호를 외쳐 온 만큼, 우리 수출주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조급한 저가매수보다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19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 11월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자산시장 충격을 완화해줄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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