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트럼프 캠프 외교안보팀에 공화당 인사들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우리의 외교가는 일단 숨 고르기를 하는 분위기다. 기존 트럼프 후보가 내세웠던 극단적인 입장에 대해 정책적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팀은 모두 중동정책 전문가고, 아시아나 북한 전문가는 이제 인수위에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제부터 대북 정책, 대아시아 정책 프레임이 잡히는 시기인 만큼 한국에 대한 정보량·접촉 빈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교 경험이 풍부한 클린턴 당선 시 남중국해 문제에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라 등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트럼프가 지금까지 한국에 내라고 한 것은 결국 돈(cost)이었다”며 “협상의 기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트럼프가 한국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자신들의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가 진행된다면 한국에게 사드 배치 비용의 일부 또는 전액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때문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을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국회 비준 동의 절차와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배치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우리도 트럼프 당선자처럼 안보정책에서도 이제는 경제 논리를 적용해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고비용 저효율의 안보정책’을 핵무기를 중심으로 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안보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반미감정으로 확산될 경우 비핵화·비확산을 주장해왔던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정부도 트럼프 후보의 당산이 확실시 되자마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 측과 인수위 초기 단계부터 협조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신 행정부와의 정책 공조 관련 "그동안 부처 간 협의 등을 통해 액션플랜(행동계획)을 만들어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까지 트럼프 당선자 측과의 접촉 노력에 대해 "에드윈 풀너 전 헤리티지재단 회장이나, 클린턴 측의 로라 로젠버거에 해당되는 트럼프 측 보좌관 등을 만났다"며 "외곽에 있지만 신 행정부나 인수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많은 인사들을 대상으로 접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 생각에는 그동안 적극적, 선제적으로 아웃리치(접근) 노력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증액을 주장해온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 과정에서의 이런 저런 얘기가 구체적 정책으로 가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면서 "동맹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전통적 정책 기조가 있기 때문에 양측(한미)이 잘 융합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효과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분담금 언급의 주요 타깃은 나토(NATO)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직접적 언급 외에 당선인의 생각을 많이 아는 분들이 우리측과 협의 과정에서 그렇게 얘기한 측면이 있다. 우리 입장을 효과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조기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일체의 내용상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는 양측간 합의에 따라 되는 것"이라며 2018년까지 적용되는 기존 협정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트럼프 당선인의 소신과 공화당 주류의 대외정책 기조가 어느 정도 혼합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구체적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미동맹 중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북핵 문제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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