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대표 여성 기업인이자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과의 대립각으로 유명세를 탔던 거리그룹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2년 취임 후 5년여 만이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거리그룹이 11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둥 회장이 자발적으로 거리그룹 회장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거리전기 회장 겸 총재, 법정대표만 유지하게 됐다고 12일 보도했다. 거리그룹은 주하이(珠海)시 소속 국유기업으로 상장사이자 중국 대표 가전업체인 거리전기의 지분 18.2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둥 회장의 지분은 0.74%에 불과하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둥밍주 동지 면직에 관한 통지'가 떠돌며 둥 회장이 회장직을 내놔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는 소문이 커졌다. 주하이시 국유자산위원회(국자위)가 지난달 18일 통지를 통해 "둥밍주 동지를 거리그룹 회장, 이사, 법정 대표직에서 면직한다"고 선언했다는 것. 이에 따라 둥 회장이 이미 거리그룹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관측까지 고개를 들었다.
거리전기의 실적악화와 무리한 사업확장이 둥 회장이 밀려난 이유로 언급됐다. 소후과기(搜狐科技)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둥 회장이 2012년 거리그룹 회장 취임 당시 5년 내 매출 2000억 위안 돌파를 선언했으나 최근 실적은 오히려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거리전기의 매출은 977억45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29.04% 급감했고 순익은 125억3200만 위안으로 11.46%가 줄었다.
둥 회장이 징훙(晶弘)냉장고, 거리 핸드폰, 거리 전기밥솥 등 브랜드를 만들고 사업 다원화를 꾀했지만 기대만큼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고 최근 친환경자동차 분야 진출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또, 대주주인 주하이시 국자위와 줄곧 대립각을 세운 것도 문제가 됐다. 둥 회장은 지난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에서 "주하이시 국자위는 '이득'이 있을 때만 손을 내민다"며 "이러니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리 측은 둥밍주 회장의 자발적 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거리전기 관계자는 "둥 회장은 국가 관련 규정과 자신의 뜻에 따라 거리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거리전기에서의 직책은 유지했다"며 "이는 거리전기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상적인 인사로 주하이시 당국은 여전히 그녀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표 '여걸'로 꼽히는 둥 회장은 지난 1990년 거리전기의 사업매니저로 근무를 시작했다. 1994년 이후 거리전기 사업부 부장, 부총경리, 부회장 등을 거쳐 2007년 거리전기 총재에 올랐다. 2012년 5월 거리전기 창업자인 주장훙(朱江洪)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거리그룹의 수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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