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위안화의 달러대비 환율이 치솟으며 절하 지속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인민은행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행장은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가 절하됐지만 위안화는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여전히 강세 통화"라며 "향후 합리적 수준에서 안정될 조건도 갖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달러 대비 환율 변동에만 의존해 대응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커지고 있는 위안화 절하 지속에 대한 시장 우려를 종식하는 동시에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전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해석됐다.
최근 위안화의 달러대비 기준환율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6.9위안을 돌파하며 7위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부행장은 달러 강세의 이유로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증가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 이집트 통화의 자유화와 이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이처럼 대외적 변수가 증가했고 글로벌 주요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안화는 여전히 안정됐고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부행장의 설명이다. 위안화의 달러대비 절하폭이 글로벌 주요통화에 비해 크지 않은 점을 그 근거로 언급했다.
지난 10월 선진국 통화인 일본 엔화, 유로화, 스위스프랑의 달러대비 가치는 각각 10.5%, 5.8%, 4.2%의 큰폭으로 하락했다. 신흥국인 말레이시아의 링깃, 한국의 원화, 멕시코 페소의 가치 절하폭도 각각 7.2%, 6.5%, 6.1%에 육박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달러대비 절하폭은 3.5%로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위안화의 주요통화에 대한 강세도 뚜렷했다. 위안화의 엔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대비 가치는 10월 한달 간 각각 7.5%, 2.5%, 0.5%가 높아졌다. 말레이시아 링깃과 한국 원화대비도 각각 4.1%, 3.3% 절상됐다.
이 부총재는 "위안화 환율 변동을 달러가 아닌 통화바스켓과 비교해 파악할 필요가 있고 위안화는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을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면서 인민은행의 환율 방어전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달러대비 가치 변동만 집중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해서는 "중국은 여전히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으로 충분한 외화를 확보하고 있다"고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외채 전액과 6개월 간의 수출을 책임지고도 남을 양이라는 설명이다. 또, 연간 5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흑자, 1200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도 외환보유액을 지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달러 강세 지속에 따라 위안화의 단기적 절하는 피할 수 없다는 데 시장 중론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41개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내년 4분기 중국 역내 시장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 HSBC 등은 내년 1분기 7위안 돌파를 예상했다.
중국 평안증권도 "내년에도 중국 경기 하방압력이 가시지 않고 무역 흑자 감소도 지속돼 위안화 절하압력도 계속될 것"이라며 "향후 1~2년 위안화의 달러대비 가치가 10% 추가 절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11월 마지막주 첫거래일인 28일 위안화의 달러대비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18% 절상한 6.9042위안으로 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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