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 수익률이 -1%까지 내려갔다.
결국 이씨는 서둘러 은행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았다.
일단 담당 PB는 단기국공채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씨는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에 집중 투자했는데도 되레 역효과가 났기 때문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해야
가장 큰 충격은 트럼프 당선 후 채권이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란 사실이다. 당분간 채권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잠실센터 PB팀장은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다보니 최근 관련 상품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채권 수익률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형펀드만 봐도 채권 기피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외 금리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11월(28일 기준)에만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서 1조원이 이상이 빠져나갔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9384억원,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도 1144억원이 각각 순유출됐다. 그러나 안전자산을 고집했던 투자자들이 과감하게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박승주 KEB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채권형 상품에 투자했던 고객들에게 주식형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목돈을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데 부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금을 한번에 주식형펀드로 이동시키기보다는 우선 주식·채권 혼합형으로 갈아타도록 조언하고 있다"며 "고객들도 채권과 주식을 섞거나, 2개 이상의 상품을 결합한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에 안정성 더한 리자드
특히 주목받는 대안 투자처 중 하나가 리자드(Lizard·도마뱀)형 상품이다. 증권업계도 경쟁적으로 리자드형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리자드형 ELS는 도마뱀이 궁지에 몰리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투자자가 손실 위험에 처할 때 일부 수익금을 포기하고 원금이라도 챙길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신현조 팀장은 "요즘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리자드 ELS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기존 ELS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더 높인 것인데,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가장 적합한 투자처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박승주 센터장은 "상당수 ELS의 경우 조기상환이 되지 않고 이연됐다"며 "반면 기존 ELS에 비해 리스크를 줄이는 등 좋은 조건이 걸려 있는 리자드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하이일드채권 역시 대안 투자처로 꼽았다.
하이일드채권이란 채권을 발행하는 주체가 낮은 신용도로 인해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 발행하는 채권이다. 11월 들어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형 펀드에는 3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고, 최근 6개월 수익률도 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도 트럼프 효과
주식 직접투자로 기회를 잡겠다면 역시 '트러프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뒤 국내 금리도 높아지면서 금융주가 강세를 보였고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재정지출 확대 기대로 건설, 기계 등 산업재 업종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로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대미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주가가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업종별 차별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으로, 금리 상승과 인프라 투자를 호재로 반영하는 금융과 산업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말이란 시기상 특징을 생각한다면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이창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관련 세제 혜택 등 한국 증시의 현 상황은 배당주 투자에 우호적"이라며 "계량분석 관점에서 배당매력도가 높은 종목으로 한국전력, 현대차, 포스코, 기아차, LG, GS, KCC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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