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미래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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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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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집행동사장

필자는 작년 말 장강상학원(CKGSB) EMBA(경영학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격월로 중국 현지에서 수업을 듣는다. 현지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는 미국 대학의 종신교수이거나 석학급 교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의내용 중 한국과 다른 특이한 점은, 한국의 교수는 과거와 현재를 주로 이야기하는 반면, 그들은 미래를 말한다. 미래를 가지고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한다.

중국 창업가나 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전기차, 소프트웨어, 바이오, 제약업, 환경산업, 공유경제, 핀테크, DNA 석사업 등에 꽂혀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엄청난 속도로 혁신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젊은 중국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의 속도는 이미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한 주변의 외부환경은 안일한 태도로 과거와 현재만을 논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우리는 미래를 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는 완만하지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앞길에는 엄청난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이익 최우선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이자율 인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의 탈퇴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공언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THAAD)배치 문제로 여러 경로를 통하여 경제적 제제를 시작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무역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국내 경제여건은 난제로 산적해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3년간 이루어진 과잉건축은, 대출이자 인상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거래절벽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는 대출이자가 올라가는 시점에서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몰락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잃어버린 20년 일본형 불황의 터널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대선의 해이기도 하다. 대권 후보자들의 무책임한 복지나 개발 공약은 경제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갈등에 따른 피해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경제사령탑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 국내외 환경으로부터 야기될 경제적 충격을 대비할 미래 TF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특히, 사드 배치결정으로 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공식 및 비공식루트를 통하여 신속히 심도있는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대기업 총수들은 권력의 힘에 의해 돈을 뜯기고 국회에 출석해 창피를 당하며, 검찰조사를 받는 코미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양식 있는 국민들은 국정의 난맥상에 분노하고 있다. 대중들은 정치 문제에 몰입돼 더 큰 위기가 다가오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은 듯하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적인 문제로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행동은 절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당 정치가는 작금의 국정문란을 자기의 대권 장사를 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국가적 위기를 자기개인의 이익과 결부시키는 자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논하고 매질하는 데에 몰입해서는 미래가 없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말하는 전략적 통찰이 시급하다. 미국이 우방이지만 한미 FTA 협정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재협상이라는 카드를 내놓는 자국이익 중심주의는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우리의 이웃에 존재한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중국이 우리의 경쟁자로 다가오는 한 축복이 아니다. 이미 한국경제는 미국과 중국경제에 상당히 예속되어 있는 구조다. 우리가 과거와 현재의 상황에 매몰되어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것은 재앙이다. 우리는 이제 미래를 말해야 한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집행동사장,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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