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현지시간 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 끝에 양적완화 종료 시한을 내년 3월에서 12월로 9개월 연기하는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다만 ECB는 4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현재의 800억유로 규모에서 600억유로 규모로 축소한다고 밝혀 이를 두고 테이퍼링의 시작인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ECB의 깜짝 발표에 테이퍼링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는 잠시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초점이 양적완화 기간 연장으로 맞춰지면서 유로는 달러 대비 1.3% 미끄러졌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CB가 내년 4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은 양적완화 규모를 차츰 제로로 줄이면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로 가는 테이퍼링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테이퍼링은 ECB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케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마 ECB는 대내외적인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19년까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채권매입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당혹감을 나타냈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밸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이 인플레 지표가 자산매입규모의 축소를 정당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ECB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여전히 금융시장은 무척 수용적인 통화환경에 있지만 ECB의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정책적 예측불가능성이 더 커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FT는 드라기 총재가 ECB 이사회의에서 옌스 바이트먼 분데스방크 총재를 주축으로 하는 매파적 위원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고 독일 정계에서도 지나치게 수용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유로존의 경제 취약국들이 경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결정으로 내년 가을 독일의 총선을 앞두고 통화정책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애널리스트는 “이날 결정은 ECB 내부에서 양적완화를 중단하거나 최소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매파적 목소리를 반영한 타협”이라고 분석하며 “이번 결정이 2013년 연준의 테이퍼링 당시와 같은 테이퍼 텐트럼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ADM의 마크 오스트왈드 전략가는 ECB의 결정은 “비둘기파적 테이퍼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ECB가 성명에서 전망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정을 추가 부양책으로 시사한 만큼 통화정책의 추가적인 완화 조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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