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문을 두드리면서 친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주도의 다국적 은행인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나 필리핀에 본부를 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라이벌로 간주된다.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경제팀은 내년 1월 중 AIIB와 투자 논의를 확정하기 위하여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주 12~14일 AIIB의 진리췬 총재는 마닐라를 방문해 두테르테 대통령과 카를로스 도밍게즈 재무장관 등을 만나 홍수관리 프로젝트 및 간선 급행버스 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주도 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필리핀이 외교 정책의 중심축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AFP 등 외신들은 풀이했다.
지난 주말 두테르테는 미국이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지원을 연기한 것에 대해 발끈하며 “이제 필요없다. 알아서 살아가겠다. 나는 중국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필리핀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홍수관리 프로젝트 들어갈 230억페소(5500억원)는 세계은행과 AIIB가 공동 투자하고, 370억페소(8800억원)이 드는 급행버스 시스템에는 AIIB와 함께 ADB가 일부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AIIB에 가입을 신청했고 이달 필리핀 의회는 AIIB 가입을 최종 비준했다. AIIB 가입국은 총 57개국이며 중국이 최대 지분인 3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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