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러시아 주식들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러시아 대표주가지수 중 하나인 MICEX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후로 무려 14%나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 랠리로 달아올랐던 미국 시장보다도 더 상승폭이 높은 것이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6%, 다우지수는 8.5%가 각각 상승했다.
EPFR 글로벌의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 주식 뮤츄얼 펀드로 몰린 자금은 지난 주에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러시아 주식시장이 가열되는 배경에는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계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고 CNN 머니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분석했다. 물론 산유국과 비산유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감산에 합의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가 안정 전망이 나오면서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가즈프롬의 주식은 지난달에만 12% 올랐고, 또다른 거대 석유기업인 루크 오일은 15%, 로즈네프트는 20% 상승했다.
러시아의 경제는 원유와 에너지 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주가상승은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주식시장은 은행주와 통신주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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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몇년 간 고전을 면치 못하던 러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러시아는 저유가와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겹치면서 경기 위축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해킹 사건이 미국과 러시아 양국 간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IA 등 미국 정보기관들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이와 관련한 상세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정확한 증거가 나올 경우 양국 관계의 경색은 피할 수가 없게 된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러시아 주식시장의 상승이 단기간의 과열에 그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 국회가 친러시아적 성향의 엑손모바일 대표 렉스 틸러슨의 국무장관 발탁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양국 간의 개발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는 유가도 불안요인 중 하나.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로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발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그동안 저유가로 가동을 멈췄던 미국의 시추 시설들이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9일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채굴장치는 7주 연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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