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팔레스타인 자치령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과 유엔의 관계를 재평가하겠다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15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안보리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웨스트뱅크와 동예루살렘에서 이슬라엘 정착촌의 건설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을 감싸주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이번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다. 결국 결의안은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최종 통과됐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네타야후 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24일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유엔에서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수치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네타야후 총리는 “외무장관에게 한 달 안에 유엔과의 모든 관계를 재평가하라고 지시했고 여기에는 유엔 기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분담금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의 존치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미 이스라엘에 특히 적대적인 여러 유엔 기구에 3000만 셰켈(93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앞으로 조치가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원금을 중단한 유엔 기구의 이름을 자세히 나열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결정은 미국 중동 정책의 근간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지향하는 ‘2국가 해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옹호했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전 국무부 자문위원은 CNN에 "이번 결정은 2국가 해법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시도"라고 해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네타냐후 총리와 마찬가지로 유엔의 결정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어제 유엔에서의 뼈아픈 실수는 앞으로의 평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는 “취임 후에는 유엔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중동 정책에서 이스라엘 우파 정부와의 관계를 우선시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스라엘이 아랍 이웃국들과의 전쟁에서 빼앗은 지역인 웨스트뱅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등에 수십년 간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해왔다.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의 이 같은 정책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36년만에 처음이다.
가디언과 CNN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불법 활동이며 평화의 장해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땅과 성서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반발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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