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48번째 타자는 영화 ‘여교사’(제작 (주)외유내강 ·공동제작 Film K·제공 배급 필라멘트픽쳐스)의 배우 유인영이다.
영화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 분)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분)의 관계와 심리를 담고 있다. 효주는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 분)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의 것을 빼앗으려 노력한다.
“제가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건, 역시 운동장 신인 것 같아요. 혜영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었거든요.”
“아무리 혜영이가 순수하고 순진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일들이 있는데 어떻게 효주를 한 번에 용서할 수 있을까요? 감독님께 여러 차례 물었어요.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때문에 유인영과 혜영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고 혜영이를 들여다볼수록 진심 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인영은 혜영의 캐릭터를 “단편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효주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에 혜영 역시 진심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순수하고 아이 같은 혜영이 얼마나 악의가 없는지 보여주는 단편적 예이기도 하다.
“몇몇 사람들은 혜영이 의뭉스러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오히려 우리가 찌들었기 때문에 혜영을 그렇게 바라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 아이만큼 순수한 아이들이 없는데, 모두가 꼬아서 이 아이의 의도를 훼손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그런 이유로 극 중 혜영은 ‘맑은 악역’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혜영이 왜 악역인 줄 몰랐다”는 유인영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왜 혜영이를 얄밉게 느끼는지 알겠더라”며 웃었다.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니 효주의 감정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혜영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보게 되었어요. 충분히 혜영이 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30대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면이 있었어요.”
한편 섬세한 감정선, 계급 갈등에 대한 파격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여교사’는 1월 4일 개봉했다. 러닝타임은 96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