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인사업가 피살…현직 경찰이 신분 활용해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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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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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주진 기자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던 한국인 사업가 지모(53)씨가 피살됐다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10월18일 납치됐던 우리 국민 지모씨가 납치 당일 목이 졸려 살해됐다는 내용을 필리핀 경찰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그 방식이 잔혹할 뿐만 아니라 범인들의 신분에서도 범죄의 심각성을 더한다. 다수의 필리핀 전·현직 경찰이 연루된 사건으로 경찰 신분을 적극적으로 범행에 이용하고, 주범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현재까지도 처벌을 피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50대 남성인 피해자 지모 씨는 점심을 먹으려 귀가하던 자신의 뒤를 밟은 범인들로부터 자신에게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는 위협을 받는다.

사업체를 운영하며 경찰 신분인 용의자 일부와 안면이 있던 지 씨는, 연행이라는 형식을 빌린 '범죄'에 강하게 저항하기 쉽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17일 "경찰관이 포함된 용의자들이 피해자가 마약 혐의가 일부 있다고 수사를 하는 척 하면서 피해자를 끌고 간 것으로 수사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 씨를 차량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 범인들은 같은달 30일에는 가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억대의 몸값을 요구한다.

당시 현지 경찰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는 잇따른 보도로 인해 불안감이 커진 가족들은 지 씨를 살리고자 일단 현지 한국 공관이나 경찰의 조력 없이 몸값을 지불했지만, 범인들은 이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히 피해자가 현지에서 모범적인 사업가로 범죄 조직 등과의 연관성이 없었던 분이라는 점에서 현지 한인 사회에서도 경악스러운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인들의 잠적 이후 필리핀 일반 경찰이 아닌 경찰청 납치전담반(Anti Kidnapping Group, AKG)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비밀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범행 당일 피해자가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이웃이 촬영한 사진과 용의자가 지 씨의 카드를 통해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 등이 수사 기관에 확보되면서 현지 경찰 신분인 일부 용의자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했다.

그리고 범행 석 달 만인 최근 우리의 경장급인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게 됐다.

8명 규모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의 범인들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것 만으로도 무려 4명이 전·현직 경찰관이었다. 이 가운데 지 씨를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는 우리의 경사급이다.

특히 용의자 가운데 전직 경찰은 현재 화장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시설에서 살해한 피해자를 소각해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주도한 경사는 현재 제한적 구금상태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수사를 지연하려는 의도로 담당 검사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으나 필리핀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별검사를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필리핀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전·현직 경찰이 연루된 것과 관련, "국가권력에 의한 사건이기 때문에 국가배상 등을 제기할 수 있는 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날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과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동만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는 이날 오후 주한 필리핀대사를 불러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앞으로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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