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45대 대통령 취임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가운데 급격한 정책 변화와 함께 국제질서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각국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새로운 경제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TPP가 미국의 이탈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본 당국은 우선 트럼프에 TPP 탈퇴를 철회하도록 설득할 방침이다. 다만 설득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에 따라 여타 국가들과의 무역 연대 협정에 힘을 쏟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대미 무역에서 거액의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 미일 동맹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조기 추진하고 미일 간 강력한 동맹을 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정상회담 시기는 내달 초순이 될 것이라고 일본 매체들은 예상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의 대상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우려와 경계심을 나타냈다.
엔니코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트위터로 “트럼프 행정부를 존중하며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멕시코 주권과 국익, 국민 보호를 토대로 미국과의 관계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니에토와 트럼프는 오는 31일께 회담을 갖고 무역과 이민정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간 대화와 무역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NAFTA 재협상에서 비켜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긴밀한 협력 속에서 공동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반트럼프 시위가 곳곳에서 진행된 가운데 정치권 지도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영국 매체들은 다음 주에 메이 총리와 트럼프가 회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겨냥해 안보 무임승차론과 NATO 무용론까지 꺼내든 가운데 메이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EU와 NATO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메이 총리는 미국과 영국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영미 통상 협정이 논의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존의 국제질서와 양국 공통의 가치를 토대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범대서양 관계가 앞으로도 중요하다”며 양국간 생각을 교환하면서 타협안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하여 세계경제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본격적인 관계 개선이 기대되는 러시아는 트럼프 취임에 축제 분위기였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붉은 광장에는 취임을 기념하여 트럼프와 푸틴 인형을 파는 판매대도 등장했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갖게 될 정상회담은 세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역사를 정의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드미트미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수일 안에 트럼프에 취임 축하 전화를 하고 정상회담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바티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교황은 축전을 통해 "심각한 인도적 위기 속에서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통합의 정치적 대응이 필요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역사를 만들어온 풍부한 정신적 윤리적 가치를 길잡이로 삼아 대통령으로서의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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