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명절 전에는 반짝 매출이 일어났지만, 올해는 어수선한 정치상황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어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농업과 어업분야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한과·굴비 등 전통 선물세트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장연합회 등이 3만원짜리 맞춤 선물세트를 내놔도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대량 판매 고객으로 분류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선뜻 선물세트를 구입하지 않으면서 현지 물량이 그대로 남아 있다.
쇠고기나 굴비 등 고가 품목은 말할 것도 없고,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5만원 이하 저가 제품도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한우 도축량은 작년 설에 1700마리였지만, 올해는 40%가량 떨어졌다. 충북의 한 도축업체는 매년 손이 모자라 명절이 다가오면 주문량을 맞추느라 직원을 풀가동하는 등 밤샘 작업을 했는데, 올해 설에는 일거리가 확 줄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 등이 대부분 명절 2주 전에 물량 확보를 마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설 대목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렇게까지 판매량이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영광 굴비 역시 기대감을 접은 상태다. 400여개 굴비 업체가 있는 전남 영광 법성포 ‘굴비 거리’는 벌써부터 주문이 끊겼다. 업체들도 일손은 놓고 있다.
한 상인은 “설이 코앞인데 전화벨 소리조차 듣기 어렵다. 준비한 굴비를 절반도 팔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며 “올해는 참조기가 잡히지 않아 가격이 예전보다 2배가량 뛰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쇠고기나 굴비와 달리 가격이 저렴한 한과와 과일도 설 특수를 피해가고 있다. 40여 가구가 한과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강원도 강릉시 한과마을은 주문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한 한과업체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 대비해 3만~4만원짜리 실속형 제품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상당수 업체가 주말에 쉴 정도로 썰렁하다”고 전했다.
유통가도 판매실적 부진에 시름이 깊어졌다. 대형 유통업계는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된 판매 부진이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백화점 업계의 경우,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사상 처음 작년 대비 명절 매출이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간신히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보다 9.1%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매출이 작년 대비 3.2% 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국산 선물세트 판매 촉진을 위해 백화점 마진을 인하하고, 협력사들은 판매가격도 낮췄다”며 “택배비, 상품권 비용, 아르바이트 비용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노마진(No-margine)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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