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아시아 지역 무역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로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 "TPP 탈퇴 중국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
블룸버그비즈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조처로 아·태 지역의 미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에는 공백이 생길 것이며, 이 자리를 채우는 것은 중국이 될 것이다"라면서 "탈퇴 결정은 중동에서 아시아로 미국 외교의 중심을 옮기려고 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노력을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라고 평가했다.
CNN머니 역시 “트럼프의 TPP 탈퇴 결정은 중국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 미디어들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경계하는 이유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유무역 옹호발언과도 관련이 깊다.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으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스스로를 어두운 방안에 가두는 것과 같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중국이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의 탈퇴로 TPP가 유야무야 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인 RCEP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RECP는 지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의 역내 무역자유화를 위한 협정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TPP에서 공식으로 탈퇴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의 경제와 아·태 지역 내 미국의 전략적 위치에 지속적 결과(부정적 영향)를 줄 수 있는 중대한 실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TPP 탈퇴 결정은 미국의 수출 촉진, 무역장벽 완화, 새로운 시장 개척, 미국의 발명과 혁신을 위한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TPP 탈퇴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TPP가 완전히 사라지게 돼 기쁘다. 지난 30년 동안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를 포함해 수백만 미국인 노동자의 양질의 일자리를 앗아갔으며 임금인하로 삶의 질을 낮게 했다"면서 "이제 다국적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새로운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방국들 미국에 대한 신뢰 떨어져"
아시아 지역의 자유무역협정이 사라지면 관세 면제로 인해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나이키, 갭 등 신발과 의류 수입업체 등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또다른 조치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TPP에서는 이들 기업의 지적재산권 등이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보호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조치로 인해 미국의 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 거점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역내 미국의 시장점유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에 위치한 안보연구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잭 톰슨은 오바마에게 TPP는 단순한 국제무역협정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정은) 이 지역 우방들과 장기적 외교관계를 맺고 강화하는 수단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TPP 철폐는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역내 국가들과 더욱 밀접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이안 브렘머는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있어 이번 결정은 미국의 위상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들은 더이상 미국을 의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이처럼 협상을 폐기해 버릴 경우,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은 대안으로 중국을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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