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이 기업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노골적인 ‘시간끌기’ 행태를 보이자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증인을 추가로 부를 필요 없이 진술서를 받자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23일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추가 신청했다.
여기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10여 개 기업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핵심판 심리 기일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재는 이와 같은 박 대통령 측의 기업인 무더기 추가 증인 신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 측이 황창규 KT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두고 "황 회장은 본인이 증인으로 나오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입증 취지를 생각하면서 하라"며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인까지 부르는 의도에 일침을 가했다.
재계에선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기업들을 볼모로 삼으려는 태도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 경영 활동까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증인 신청을 요구받은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하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까지 지원하도록 한 청와대가 탄핵심판에서까지 기업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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