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양김’(兩金)의 행보가 조기 대선정국의 변수로 부상했다. 반문(반문재인)계 핵심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 구심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다. ‘킹과 킹메이커’ 사이에서 줄타기했던 김 전 대표는 탈당설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원설, 김 의원은 재등판설에 각각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 2015년 말 야권발(發) 정계개편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내에서 혁신안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였던 ‘양초(兩初)의 난’과 유사하다.
다만 ‘양초의 난’은 같은 정당 내 유력한 대선주자 간의 권력다툼이었다면, ‘양김의 난’은 제1당과 새 보수정당 내부를 넘어 대선 전체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다.
◆ 김종인 ‘뮌헨 구상’에 쏠리는 눈
9일 여야와 정치전문가에 따르면 ‘양김의 난’ 본질은 내부 권력암투다. 민주당 내 반문진영과 바른정당 내 반(反) 유승민파가 각각 이들을 매개로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과 ‘유승민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2월 무산과 탄핵 기각설·연기설 등 정국의 가변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선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 전 대표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본인의 부인에도 ‘거취 고민설’이 흘러나오는 김 전 대표는 오는 14∼15일 당내 비주류 의원, 중진 의원과 각각 만찬 회동을 한다. 이 만찬 회동은 이달 16~20일로 예정된 독일 방문, 즉 김 전 대표의 ‘뮌헨 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가 독일에서 귀국한 직후 중대 결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김 전 대표의 길은 △당내 반문 후보 지원 △탈당 후 제3지대 규합 △탈당 후 국민의당 입당 등 세 가지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첫 번째 그림이다. 비례대표 신분인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의원직을 상실한다. 탈당은 김 전 대표에게도 일종의 모험이다. 대선에 직접 등판할 실익도 크지 않다는 얘기다.
◆구심점 없는 보수진영, ‘무대 재등판’ 요구
남은 카드는 당내 반문 후보 지원이다. 변수는 안 지사의 지지도 추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안 지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저평가 블루칩’이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 지사의 지지도가 김 전 대표의 ‘뮌헨 구상’ 발표 전까지 상승 추세를 이어간다면, ‘안희정 킹메이커’ 역할론을 자임할 수도 있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50대 기수론’을 명분으로 탈당을 권유했다는 설부터 안 지사가 ‘집권 후 경제 전권을 준다’는 얘기까지 떠돈다. 안 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지만, 양측의 권력분점을 고리로 전략적 연대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에 문재인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새로운 맛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무대’(무성대장‘) 재등판도 뜨거운 감자다. 이는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낮은 지지도와 무관치 않다. 김 의원은 전날 “현재로선 마음의 변화가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김 의원의 재등판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보수진영 안팎에선 ‘김무성 재등판’의 군불 때기는 유 의원에 대한 견제용적 성격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 표결과 반 전 총장 영입을 놓고 충돌했다.
최근에는 연대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과 제3지대’(김무성)와 ‘보수 단일화’(유승민)로 분열된 모습을 연출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무성 등판설에 대해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연대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지션 싸움”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내가 아는 김 의원은 ‘명분 없이’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와 관련해 “결론적으로 김 전 대표는 탈당 대신 안 지사 등을 지원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안 지사가 정책적 콘텐츠를 보완, 경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김 의원의 경우 유 의원과 남 지사가 중도 포기하면 모를까, 재등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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